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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혼, 유책주의보다 파탄주의 채택을
기사입력 2019-06-2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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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이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한 이혼소송이 기각됐다.

지난 14일 서울가정법원은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지만 그 주된 책임이 홍 감독에게 있고 부인은 이혼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1심 판결이고 항소심, 상고심으로 계속될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법조인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법리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바로 '유책주의(有責主意)'와 '파탄주의(破綻主意)'의 논쟁이다.


유책주의는 유책배우자, 즉 혼인관계를 파탄시킨 책임이 있는 사람이 제기한 이혼청구는 인정하지 않는 제도다.

반대로 파탄주의는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상 누가 청구하든 이혼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본디 유책주의는 축출이혼을 막아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혼생활과 가족제도를 수호하기 위한 제도다.

우리는 1965년 대법원 판결 이후 유책주의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 9월 1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시 논의됐지만 7대6의 근소한 차이로 유책주의가 고수됐다.

다른 나라들도 처음에는 유책주의를 택했지만,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자유에 대한 인식 확산에 따라 파탄주의로 점차 바뀌었다.

유럽에서는 1907년 스위스가 최초로 파탄주의를 채택한 이후 대부분 국가가 파탄주의로 전환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가 1969년 파탄주의를 도입한 이후 모든 주로 확산됐다.

일본 역시 1987년 제한적이나마 파탄주의를 인정했다.


양성평등이 많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여성이 사회경제적 약자다.

일부일처를 기초로 한 결혼생활과 가족제도는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그래서 유책주의의 취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유책주의가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신분에 대한 자기결정권, 인간으로서 존엄을 침해할 수 있고 혼인제도와 관련한 양심의 자유에도 반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할 자유는 천부인권이고 헌법적 가치다.

불륜을 하고 결혼서약을 배신한 사람은 비도덕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권리가 부인될 수는 없다.

결혼을 할 것인지, 아이를 가질 것인지, 이혼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할 것인지, 심지어는 이성을 사랑할지, 동성을 사랑할지까지도 운명의 주인공인 '내'가 결정할 개인의 영역이다.

국가나 사회가 바람직한 삶의 방식을 정하고 이를 강요할 권한은 없다.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부부로 묶여 있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부부가 될 수 없는 것보다 불행한 것은 무엇이고,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사람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해치는 것이고 '결혼'에 대한 신념과 가치관에 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부모로서 책임이 우선할 수도 있지만 장성한 자녀의 행복은 부모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는 고려 요소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유책주의가 개인에 대한 사회의 폭력이라는 비판도 하는 것이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다양한 선택과 삶의 방식을 허용해주는 열린 사회로 가고 있는 이제, 유책주의는 맞지 않는다.

파탄주의로의 전환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파탄주의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겠지만 이혼 시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의무를 강화하고, 유책배우자에 대한 경제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완하면 된다.

우선 5000만원도 되지 않는 위자료를 현실화시켜 혼인서약을 지키지 못한 배우자에게 서약 위반의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재산 분할을 강화해 경제적으로 열위인 배우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 개선을 함께하면 될 것이다.

좀 더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미국의 일부 주나 독일에서처럼 이혼부양료 제도를 도입해 이혼한 상대방에 대한 경제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정종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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