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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칼럼] ‘화웨이 배싱’과 통상외교
기사입력 2019-06-1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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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폭탄에 대해 중국이 미국산 제품 보복관세로 맞받아친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의 무역전쟁이 타결 조짐을 못 찾는다.

강대강 대치는 전선을 넓혀간다.

애초 무역 불균형이 촉발한 사태가 기술 패권전쟁, 국가안보전쟁, 환율전쟁으로 비화한다.

디지털 미래를 선점하려는 강대국 G2 간 충돌이다.

미국은 중국 글로벌 통신사업자 화웨이 고사(枯死) 작전에 나섰다.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디지털 패권전쟁의 아이콘이다.


반(反)화웨이냐, 친(親)화웨이냐. 냉전 시대, 미국과 옛 소련 사이에 벌어졌던 진영 외교가 부활한다.

너는 누구 편이냐. 미중의 노골적 압박이 시작됐다.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다.

미국과 중국 간 신(新)냉전 시대에 국내 기업은 힘든 선택을 강요당한다.

중립지대에 머무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판이다.

동맹관계인 미국의 요구를 뿌리치기는 힘들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기업만 사면초가에 처했다.


미국은 한국 기업에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으라고 요구해왔다.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한국 통신업체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은 화웨이에 반도체·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거래 금지 조치는 일파만파 충격을 낳는다.

미국 조달시장은 물론 글로벌 IT 공급망에 대혼란이 예상된다.

화웨이 봉쇄작전으로 5G 기술의 국제표준 제정과 글로벌 상용화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중국은 결사항전 의지를 표명한다.

중국은 강온 양면작전에 나섰다.

미국의 ‘화웨이 블랙리스트’에 맞서 ‘불신리스트’를 만든다.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미국 쪽에 가담하면 “끔찍한 결과에 직면하고… 응징당할 것”이라며 협박한다.

중국 진출 국내 기업은 공장가동 중단, 영업정지 등 제2의 사드 보복 가능성에 좌불안석이다.

중국은 한국 국민에 대해 상용비자 심사 조건을 강화하고 나섰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다음 접속도 전면 차단했다.

동시에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결과 발표 시기를 저울질한다.

화웨이에 반도체를 계속 공급하라는 압박용이다.


어떤 나라도 양국 간 중재에 나설 엄두를 못 낸다.

파멸로 치닫는 보호무역주의에 G20도 속수무책이다.

나라마다 줄서기에 나섰다.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대만 등은 미국 편에 섰다.

실리를 추구하는 국가도 적지 않다.

러시아, 태국, 필리핀, 사우디,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등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키로 했다.

하지만 약소국이 자칫 한쪽 편을 들다간 추크츠방(zugzwang)의 덫에 걸릴 수 있다.

추크츠방은 체스에서 벼랑 끝에 몰려 악수(惡手)를 둘 수밖에 없는 경우를 뜻한다.

한국 정부는 눈치보기식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한다.

정부는 화웨이 제재 동참 여부에 대해 “기업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기업 피해나 불이익을 정부가 수수방관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외교부는 뒤늦게 미중 무역분쟁 전담조직을 설치했다.

한국이 처한 특수 상황을 미국과 중국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외교적 노력이 최우선이다.

명확한 원칙과 논리적 설득만이 역효과를 막는다.

외교, 통상, 안보 역량을 총동원해 종합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

시나리오별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G20 무대에서 중견국가들과 글로벌 규칙을 기반으로 협력과 공동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를 산업구조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생존 위기에 처한 기업이 디지털 경쟁력으로 재무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3호 (2019.06.19~2019.06.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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