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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뗐지만 험난한 현대重 대우조선 인수-외국 기업결합심사·노조 반발 ‘산 넘어 산’
기사입력 2019-06-1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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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발을 뗐지만 노조 반발이 극심해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제공>

독보적인 세계 1위 조선사를 꿈꾸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 번째 관문을 넘어섰다.

노조 방해를 뚫고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가까스로 ‘물적분할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노조 반발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데다 주요국 기업결합 심사까지 거쳐야 해 대우조선 인수는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31일 울산대 체육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물적분할(법인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의결권 있는 주식의 72.2%가 참석해 99.8%가 찬성했다.


이번 물적분할 승인으로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존속회사)과 사업회사 현대중공업(신설회사)으로 나뉜다.

한국조선해양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산하에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을 거느리게 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들 4개 조선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투자 사업과 연구개발(R&D) 등을 담당하기로 했다.

한국조선해양 사령탑은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맡는다.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특수선,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사업 등을 맡고 본사는 울산에 그대로 남는다.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도 바뀐다.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한국조선해양을 두고, 그 아래 현대중공업이 배치되는 구조다.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지주와 KDB산업은행 간 주식교환, 유상증자 등을 거쳐 한국조선해양 자회사로 편입된다.

산업은행은 현물출자를 통해 1조2500억원 규모의 한국조선해양 상환전환우선주와 보통주(지분율 약 7%)를 받게 된다.

이어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 차입금 상환을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대우조선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면 인수 절차는 마무리된다.

현대중공업 임시주총 의장을 맡은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물적분할은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현대중공업 역량, 가치를 최대한 올리고 재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다.

경쟁력을 높여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조선해양 총부채는 166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5%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그룹 재무 리스크는 감소하고 사업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LNG 운반선 경쟁력 강화 기대
현대중공업그룹은 ‘글로벌 매머드 조선사’ 도약에 한 걸음 다가섰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수주잔량을 합치면 1698만CGT(표준환산톤수, 지난해 말 기준)로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단숨에 21.2%로 높아진다.

3위인 일본 이마바리조선(525만CGT)의 세 배가 넘는 일감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인 VLCC(초대형원유운반선)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양 사 합계 점유율은 각각 72.5%, 60.6%에 달한다.


재계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 고용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 조선업계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저가 수주 경쟁을 벌였는데 ‘규모의 경제’로 글로벌 수주 경쟁력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의 조선업 역량과 대우조선해양의 LNG 기술력이 합쳐지면 세계 시장 영향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의견도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세계 1위 조선사 도약을 위한 첫 단추를 꿰기는 했지만 노조 반발, 주요국 기업결합심사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찮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31일 노조가 점거 중인 울산 한마음회관을 피해 울산대 체육관으로 주총장을 급히 바꿨다.

이를 두고 노조는 ‘주총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주주총회 결의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6월 3일에는 전면파업까지 벌였다.

사 측은 “노조의 불법 점거로 주총 진행이 불가능했고 주주들에게 장소 변경에 대해 충분히 안내했다.

법원 검사인도 참관한 만큼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반박했지만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노조 반발도 거세다.

물적분할 다음 단계로 인수에 필수적인 절차인 현장실사조차 쉽지 않은 분위기다.

대우조선 노조는 현장실사를 막기 위해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출입을 원천봉쇄하는 등 반발을 이어가는 중이다.

옥포조선소 6개 출입문에 노조원으로 꾸려진 ‘실사저지투쟁단’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동종 업체인 현대중공업에 인수되면 중복 업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이고 중국, 일본 등 10여개국 공정거래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거쳐야 한다.

기업결합심사는 기업이 상장사 지분 15% 이상을 취득할 경우 공정한 경쟁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심사받는 행위다.

‘합병으로 인해 자국의 소비자와 산업에 공정거래상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병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중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인수는 무산된다.


앞서 지난해 8월 미국 반도체 설계회사 퀄컴도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440억달러에 인수하려는 계획을 접은 바 있다.

전 세계 9개국 중 8개국 승인을 얻었지만 중국 정부가 반대한 탓이다.


대우조선 인수에 가장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큰 곳은 유럽이다.

국내 조선업계 고객인 선주사 대부분이 유럽에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럽 선주들은 한국 조선 3사(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가 가격 경쟁을 벌일 때 저렴한 가격에 선박을 사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 1, 2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병하면 선주사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져 선박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EU 공정거래당국은 이미 독과점 우려를 표명한 상태다.

안드레아스 문트 독일 연방카르텔청장은 최근 “M&A가 도산을 막을 수 있는지 검토하겠지만 그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

우선적인 기준은 경쟁 제한성 여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경제 관점에서 보면 M&A가 기업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해결책은 아니다.

M&A를 통해 침체 상황에서 회생을 꾀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국과 글로벌 1위 자리를 다투는 중국 역시 이번 인수에 반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해외 공정당국이 반대해 합병이 무산될 경우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조선사 합병을 주도한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대우조선 매각 실패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품에 안아 ‘독보적인 넘버원 조선사’로 도약하더라도 막상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지는 미지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반등 기미를 보이던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올 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양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4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769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컨테이너선 등 주요 선박 발주가 지연된 탓이다.

그마저도 중국에 밀리는 형국이다.

중국은 1~4월 344만CGT를 수주해 시장점유율 45%를 기록했다.

한국은 202만CGT(점유율 26%)를 수주해 2위로 밀렸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1분기 흑자전환하기는 했지만 영업이익이 281억원에 그쳤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노조 반발이 워낙 거센 데다 해외 공정거래당국 분위기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혹시라도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되면 겨우 되살아나던 한국 조선업계가 또다시 위기에 빠질 우려가 크다.

” 재계 관계자 촌평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2호 (2019.06.12~2019.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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