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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투자 시작한 5G까지 원가 공개해야할 판…"이런 나라 없다"
기사입력 2019-06-1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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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업법 포비아 ④ ◆
10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 프랜차이즈 업체가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최근 정부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제품 공급 원가와 같은 영업 비밀을 공개하게 된 프랜차이즈 업계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말이 정보 공개지 우리 입장에선 원가 노출이에요. 앞으로 2~3년 내 상당수 프랜차이즈 본부들이 망해나갈 거예요. 제 말이 틀린지 두고 보면 압니다.

"
이영채 지호한방삼계탕 대표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연 매출 100억원을 올리는 지호한방삼계탕은 현재 가맹점 61개를 보유한 중소 프랜차이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부터 도입한 차액가맹금 공개 방침에 프랜차이즈업계는 울상이다.

가맹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앞으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차액가맹금 지급 규모와 총매출 대비 비중을 담은 정보공개서를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공급 품목별 차액가맹금이 있는지를 표시하고 주요 품목 공급가격의 상·하한선까지 밝혀야 한다.


차액가맹금은 기본 가맹금이나 로열티 외에 가맹본부가 물류 등을 통해 붙이는 마진을 의미한다.

가령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육계업체로부터 가공된 생닭을 3000원에 공급받고 가맹점주에게 4000원에 팔았다면 여기서 1000원의 차액가맹금이 발생한다.

생닭은 주요 공급 품목이므로 그해 공급가격의 상·하한선을 밝혀야 하는데 이 가격이 연중 동일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원가가 공개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정보공개서에 담긴 공급가격과 내부 자료가 경쟁사나 신생 업체에 모두 넘어가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카피 브랜드가 넘쳐나는 프랜차이즈업계 관행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3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이 같은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공정위 압박에 차액가맹금이 기록된 정보공개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공개만은 막아보겠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관련 정보가 공개될 가능성이 커지자 프랜차이즈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는 차액가맹금 공개를 영업 비밀 침해로 규정짓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직영 매장은 공개 의무가 없는데 프랜차이즈만 공개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차액가맹금이라는 용어 자체가 가맹본부들의 물류비용이나 제품 개발 노하우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개념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로열티 제도가 정착되지 않아 물류 마진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그야말로 '사지'로 내몰린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 교수는 "원가와 가맹본부 수익을 공개하는 것은 기업의 영업 자유와 비밀 유지를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며 "오히려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갈등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평균 차액가맹금 규모만 공개하기 때문에 개별 품목 마진은 드러나지 않고 일반인이 아닌 가맹 희망자에게만 공개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정보공개서는 누구나 볼 수 있는데 공정위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만 한다"며 "원재료 원가와 마진 등이 공개되면 졸지에 악덕 프랜차이즈로 오해받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이처럼 가격 통제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된다 싶으면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온 게 분양 원가 공개다.


이 정부 들어 대폭 확대된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는 되레 가격 부풀리기 논란만 가열시키며 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3월 정부는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의 분양 원가 공개 항목을 12개에서 62개로 늘렸다.

원가 공개 항목이 늘어나면 가격이 투명해지고 고분양가 논란도 줄어들 것이란 게 정부의 기대였다.

하지만 분양 원가 공개 항목 확대 방침이 처음 적용된 1호 아파트 힐스테이트 북위례부터 사달이 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에서 분양가 적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경실련은 "자체 분석 결과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적정 건축비는 3.3㎡당 450만원 선이지만, 실제 건축비는 912만원에 달했다"며 "건축비 명목으로 1908억원, 토지비 명목으로 413억원을 부풀려 모두 2321억원의 분양 수익을 냈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는 결국 힐스테이트 북위례에 대한 가격 적정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해묵은 원가 공개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과거 참여정부 때도 집값 상승이 지속되자 정부는 2007년 9월 분양 원가 공개를 시행했다.

이후 판교·동탄신도시 등 전국 곳곳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비와 건축비에 거품이 끼었다며 시민단체 등의 줄소송이 이어졌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아파트의 질 저하와 주택 공급 위축으로까지 이어졌던 전례를 반복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통신비 원가 공개도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뇌관'이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서영교 의원 등이 제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통신사업자가 제출한 가입비, 기본료, 사용료, 부가서비스 요금 등 통신요금 산정 자료를 공개하고 소비자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심의위원회에서 요금을 인가해주자는 것이다.

통신업계에선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 업체까지 난립하며 경쟁을 펼치는 이동통신 시장에 통신 원가 공개는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나라는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5세대(5G) 이동통신도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직 기지국 투자도 끝나지 않은 5G 요금 원가 공개는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함창용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원가를 공개하는 나라는 없다"며 "이동통신 서비스는 많은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원가 기반 가격 결정 방법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 임성현 기자 / 이동인 기자 / 손동우 기자 / 이덕주 기자 / 권한울 기자 / 전경운 기자 / 이윤식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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