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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車업계 합종연횡…`규모의 경제`로 격변기 살아남기
기사입력 2019-05-2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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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27일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위기의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경기 둔화에 따른 판매 부진과 차량 공유·전기차·자율주행 등 산업이 격변하면서 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FCA와 르노는 합병을 통해 투자 공유, 비용 절감 등 경영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주요 지역 시장과 기술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연간 56억달러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노는 이날 성명에서 "FCA가 제안한 사업 제휴 기회를 관심을 갖고 연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자동차 연합에서도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FCA는 이탈리아 피아트가 2009년 파산한 미국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면서 2014년 세워진 회사다.

일단 이번 합병 협상은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각각 대표하는 FCA와 르노가 주도하는 흐름이다.

르노와 연합 관계인 일본 닛산, 미쓰비시자동차 등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를 아우를 수 있어 주목된다.

한마디로 미래차 시대로 자동차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더 이상 '자동차 국적'이 문제 되지 않고 국경을 넘은 제휴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FCA가 르노에 합병을 제안한 것은 최대 승부처인 미래차 개발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자동차 업계는 100년에 한 번이라고 불리는 변혁기를 맞아 정보기술(IT)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며 "미래차 개발에는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아군을 만들어 경영 자원을 최대한 결집하고 투자 중복을 피하는 것에 기업 생존이 달려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FCA와 르노 간 합병 추진 소식은 '전기차·공유경제'로 상징되는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완성차 기업들의 긴장 수준과 대응 방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연기관 차량 대비 부품 수가 줄어드는 전기차 산업의 특성과 무인·스마트공장화 바람이 확산하면서 지금 주요 완성차 업체는 막대한 생산 구조조정과 서비스망 효율화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세계 최대 완성차 기업인 폭스바겐그룹은 2023년까지 관리직 7000명을 줄여 59억유로(약 7조5500억원)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는 북미 공장 5~7곳을 폐쇄하고 인력 1만5000명을 감축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안을, 포드는 올해부터 유럽 공장 15곳에서 본격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더불어 비용 절감을 위해 차량 라인업을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확보하는 현금을 모두 미래차 개발에 투입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 생존 환경에서 살아남겠다는 필사적인 각오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문 분석가인 애덤 조너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완성차 업계와 협력사 등 공급사슬 안에 일자리가 약 11만명 형성돼 있다"며 "이 중 300만명(27%)이 향후 5년 새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특히 전기차 시장으로의 대전환이 전 세계 자동차 공급사슬에 이 같은 일자리 쇼크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2019 전기차 전망' 보고서에서는 전기차가 2040년까지 전 세계 승용차 판매의 5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미래차 시장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도 FCA와 르노 간 합병 움직임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FCA와 르노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중소형 차량 위주의 대중적 브랜드라는 공통점이 많아 합병의 시너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양사가 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는 '생산·서비스 효율화'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사 합병 과정에서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글로벌 생산기지를 대거 축소 조정하고 서비스망도 함께 활용해 비용 효율화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역시 "모든 완성차 업체에 미래차 플랫폼 개발 등에 대한 막대한 투자 압박이 존재한다"며 "합병을 통한 슬림화와 이를 통한 재원 확보가 모두 미래차 시장 선점 프로젝트에 투입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현대차 등 국내 기업도 미래 생존과 대규모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FCA·르노와 같은 '적과의 동침' 전략을 언제든지 구사할 것이라는 게 자동차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미 세계시장에서 '영원한 적수'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2025년 이후에 내놓을 차세대 콤팩트카(소형차) 공용 플랫폼에 대해 공동 연구에 들어갔다.

상호 협력을 통해 미래 중복 투자 부담을 줄이고 공동 플랫폼을 양산해 생산라인 효율화 등 비용도 절감하겠다는 복안이다.


세계 5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도 국내외 시장에서 다양한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의 수요 감소로 인해 올해 초 2000명 이상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여기에 최근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던 인도 시장마저 수요 감소세가 뚜렷해지면서 현대·기아차를 긴장시키고 있다.


김 교수는 "경쟁 기업과의 동반자 전략은 비단 합병뿐 아니라 기술 개발과 공동 투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어떻게 보면 적과의 제휴 전략은 앞으로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철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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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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