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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선 택시·손놓은 정부…`모빌리티 혁신` 꽉 막힌 한국
기사입력 2019-05-24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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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법 못찾는 공유경제 ◆
쏘카는 지난 13일부터 서울에서 준고급택시 호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 사전 테스트를 시작했다.

쏘카는 선착순 3000명의 무료 탑승객을 모집했으며, 오는 31일까지 약 3주간 사전 테스트를 진행한다.

사진은 서울 도심을 운행하고 있는 타다 프리미엄 차량. [김재훈 기자]

승차공유 스타트업 코나투스는 지난 9일 열린 규제샌드박스 회의(제3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이 회사는 승객들의 자발적 택시 동승을 중개하는 콘셉트의 '반반택시'라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특례를 신청했다.

택시기사가 합승을 하면 불법이지만, 원하는 승객들이 함께 동승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데 주목한 것이다.

반반택시 앱에서 택시를 호출하면 기존 예상 운임과 동승 시 얼마가 할인되는지를 안내해준다.

승객이 이에 동의하면 경로가 70% 이상 비슷한 다른 승객이 매칭되고, 기사는 차례로 승객들을 태우게 된다.

택시기사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라 택시업계에서도 환영을 받았지만 심의위원회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반려했다.

같은 날 벅시와 타고솔루션즈가 신청한 6~13인승 대형택시와 택시기사가 운전하는 6~10인승 렌터카 중개도 재논의 판정을 받았다.


지난 22일 시작된 승차공유 '타다'를 둘러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 간 설전은 문재인정부의 '포용적 혁신성장'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술 혁신에 밀려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택시운전사들이 대규모 시위를 통해 타다 등 승차공유 도입을 적극 막아서고 있는 가운데, 여당은 택시기사들 표를 잃을까 두려워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는 혁신성장도 해야 하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도 중요하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면서 '대한민국 모빌리티 혁신'이 꽉 막혔다.

여기저기서 "너 때문에 밀린다"며 클랙슨을 울리고 삿대질과 고성이 오간다.

언제 뚫릴지 모르는 길 위에서 싸우면서 연료만 낭비하고 있는 꼴이다.

지난 3월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4개 단체가 만든 '카풀·택시 사회적 대타협' 안과 국토교통부 후속 대책 역시 국회에 계류된 채 몇 달째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택시업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개인택시조합과 법인택시의 입장이 다르고, 주요 택시단체들 의견도 제각각이다.

정부나 모빌리티 업계가 통 큰 합의를 이끌어내고 싶어도 '협상 대표'가 없으니 불가능하다.


약 70%를 차지하는 개인택시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고 1억원에 거래되던 면허 가격은 최근 30~40% 가까이 폭락했다.

개인택시는 여러 플랫폼 가운데서도 타다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심하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지난 3월 '타다 화형식'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극렬히 반발하는 동안 타다 가입자는 60만명을 넘어섰다.

서비스 시작 7개월 만이다.


하지만 개인택시가 '타다 아웃'을 외치는 동안에도 파파 등 타다와 유사한 형태의 승차공유 서비스가 출시됐고, 준비 중인 사업 모델도 여럿이다.

타다만 없앤다고 택시기사들이 원하는 대로 그들의 '밥그릇'을 지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개인택시 면허를 정부나 기업이 사들이면서 연착륙을 유도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택시업계는 감차(減車) 보상금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토부는 국고 지원을 반대한다.

타다를 서비스하는 이재웅 대표도 23일 본인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한글과컴퓨터 창업자 이찬진 포티스 대표와 이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일전에 '정부가 택시에 지원하는 세금으로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이재웅 대표에게 이찬진 대표가 "타다가 요즘 6500만원 정도 한다는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이고, 정부는 이 면허를 타다 같은 사업의 면허로 전환해주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웅 대표는 "기업이 사는 것은 기본적 취지는 좋은데, 정부가 나서 틀을 안 만들고서는 방법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표퓰리즘'을 의식해 복지부동하는 국회와 적극적 중재에 나서지 못하는 정부도 문제다.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23일 성명서를 내고 "국회에서 법령 개정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데 국토부와 여당은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며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면담을 요구했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별도 회의를 통해 6월 20일 (법령 개정 규제 완화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강경론을 폈다.


국토부는 사회적 대타협안 합의사항을 지켜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택시·카풀 스타트업 양측 모두 합의사항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합의문을 구체화하는 작업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3일 간담회에서 "택시월급제에 대해 택시연합회가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연합회도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합의대로 월급제 법안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업계 양측에서 '반쪽짜리 합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책을 놓고 정부와 국회 누구도 총대를 메지 않는 상황이어서 모빌리티 혁신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혁신 서비스가 기존 법 규정과 맞지 않아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새롭게 열린 시장인 만큼 정부가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율해야 하는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회적 타협에 '국민'이 배제돼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택시와 모빌리티 갈등에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 빠져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즉 국민"이라며 "정부와 택시 업계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잘나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의 선택을 받아서다.

고객이 원하고 기술이 발전하는 한 '모빌리티 빅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은 "정부는 카풀 합의안을 넘어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들이 참여해 모빌리티 시장을 예측하고, 예상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의 예측 가능한 사업과 국민의 삶 변화를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찬옥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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