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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교피아`…행정학 학위로 경호과 거쳐 유아교육 교수로
기사입력 2019-04-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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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개혁 가로막는 교피아 ① ◆
대학 구조조정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폐교한 12개 대학에서 교직원 818명이 잘려나갔지만 '교피아(교육부+마피아)'들의 재취업은 꾸준히 반복돼온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현재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에서 총장을 맡고 있는 전직 교육부 관료는 1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8명이 2011년 대학 구조개혁 평가(현재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 실시 이후 부실대학으로 진단받았거나 현재 부실대학으로 분류돼 있는 대학 총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현재 부실대학으로 분류돼 있는 전국 4년제 대학 40곳 중 37.5%에 달하는 15곳에 교육부·교육청 출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2011년 이후 한 번이라도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4년제 대학 총 85곳 중에서는 28곳(32.9%)이 한 명 이상의 교피아를 총장이나 교수, 이사장, 이사 형태로 영입했다.

전문대까지 포함하면 부실 전력 대학(160곳) 4곳 중 1곳꼴인 41곳에 교피아가 자리를 잡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을 솎아내기 위한 조치로 2011년부터 본격화됐다.

교육부는 각종 재정지원사업과 학자금 지원을 늘려주거나 제한하는 기능을 통해 등록금 동결이나 전임교원 충원, 정부 입시정책 수용 등을 대학에 요구한다.

학생 수 감소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을 교육부가 쥐고 흔들 수 있는 힘이 결국 재정 배분 권한에서 오는 셈이다.


국공립대 경상운영비를 제외한 교육부의 고등교육 예산은 2017년 실집행액 기준 6조803억원에 달한다.

다른 부처와 무관하게 교육부가 재량껏 쓸 수 있는 돈이다.

사립대는 학생 등록금과 자체 수입, 발전기금을 제외하면 이 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에 재직하면서 피감기관인 대학에서 교육학이나 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교피아 상당수는 채용공고나 임용심사 없이 손쉽게 교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를 거친 대전의 한 사립전문대 교수는 당초 이 전문대 경호법무과 교수로 임용됐다.

국내 대학 행정학 박사인 이 교수는 이후 유아교육과로 자리를 옮겼다.

해당 전문대 측은 "경호법무과 전임교원 채용공고와 임용심사를 거쳤다"는 입장이지만 교육부 출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채용이라고 일선 교수들은 지적했다.


한 사립대 교수는 "50세를 넘어서까지 시간강사를 전전하는 정식 전공자들이 부지기수인데 연구실적조차 없는 비전공자가 엉뚱한 학과의 교수가 되는 것은 교육부와 사립대의 유착 말고는 해석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넘친다.

교육부 사학감사담당관실 서기관 출신인 K씨는 2014년 3월 퇴직과 동시에 경기도의 한 사립 전문대 영유아보육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해당 전문대 측은 "2014학년도 학생 정원이 전년보다 증가함에 따라 학과에서 보육행정 관련 교과를 담당할 교원 채용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K교수는 행정학 석사 출신이다.

보육행정 교원이 절실했다는 전문대 측 설명과 달리 K교수는 이듬해 비서사무행정학과로 자리를 옮긴다.


이렇게 들어온 교육부 출신은 대학 사정에 따라 보직교수를 맡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구의 한 전문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부임한 전 교육부 간부는 2014년 3월 이 전문대 부총장을 거쳐 2016년 1월 총장으로 취임했다.


우석대는 2013년 8월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분류됐지만 김응권 전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이 총장에 취임한 직후인 2014년 8월 재정지원 가능대학으로 되살아났다.

우석대는 지난해 실시된 2019학년도 대학 평가까지 정상 대학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학의 정원 내 재학생 충원율(매년 4월 1일 기준)은 2014년 99.6%에서 지난해 94.9%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취업률(전전 연도 8월·전년도 2월 졸업자 기준)은 64.2%에서 61.9%로 떨어졌다.


지난해 2월 우석대 총장에서 물러난 김 전 차관은 같은 해 11월 한라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달 전 발표된 2019학년도 대학 평가에서 한라대가 역량강화대학(재정지원 부분 제한)으로 분류된 직후였다.

정권이 교체되면 산하기관에서 자리 잡기가 어려운 다른 부처 관료들의 관행은 교육부엔 딴 세상 얘기였다.


박근혜정부 말기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지낸 전 교육부 기획조정실장 K씨는 지난해 4월부터 대전 소재 4년제 사립대인 을지대 유아교육학과(석좌교수)에서 일하고 있다.

교원 모집공고나 임용심사도 없었다.

2016년부터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분류됐던 을지대는 올해부터 정상적인 정부재정지원을 받는 이른바 '자율개선대학'으로 되살아났다.

지난해 을지대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은 전년보다 각각 감소했다.

을지대는 교육부의 자구노력 주문에 따라 유아교육과 정원을 40명에서 20명으로 감축했는데, 감축분인 20명의 정원으로 아동학과를 신설했다.

교육부 측은 "현재의 대학 평가 시스템에 전직 교육부 관료 한두 명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평가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교육부 출신을 영입하려는 내막은 이해가 간다"고 했다.

을지대 측은 "K 교수가 부임한 건 대학 평가 서류를 교육부에 이미 제출한 후이고, 자율개선대학이 된 건 학생 복지와 수업 등을 학교가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어떻게 조사했나…장차관·1급공무원·행시 출신 전국대학 재직 현황 전수조사
취재팀은 교육부 관료의 대표적 등용문인 행정고시 교육행정직(30~50회)의 역대 합격자와 역대 장관, 차관, 1급(기획조정실장 등) 중 현재 재직 현황을 추적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9월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교육부 퇴직 고위공무원 재취업 현황' 자료, 같은 당 이재정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제출받은 교육부 4급 이상 관료 재취업 심사 현황에 각각 적시된 대학 재취업 공무원 중 현재 재직자를 확인했다.

사학법인의 현황은 '대학 알리미' 공시 자료를 토대로 재직자를 추렸다.


이 같은 방식의 전수조사 결과 교육부 기준 92명이 99개 대학·산하기관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지난달 말 교육부 본부 인원(610명)의 16.2% 규모다. 같은 인물이 많게는 3개의 자리(대학 및 공공기관)를 겸직하는 경우도 있었다.

교육청과 교육 소관 상임위 국회의원의 대학 재취업과 교육부 관료의 산하 공공기관 임원 재취업까지 합치면 106명이 113개 보직을 맡고 있었다.


[특별취재팀 = 정석우 기자 / 원호섭 기자 / 고민서 기자 / 김유신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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