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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삼정건설, 공간 크리에이터로 변신할 것
기사입력 2019-04-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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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혼란의 한복판. 2008년 미국에서 경영대학원(MBA)을 갓 졸업한 후 귀국한 서른 살 청년은 부친 뜻에 따라 부친 회사에 입사했다.

별다를 것 없는 전형적인 오너 2세의 길이었다.


부산에 기반을 둔 삼정건설의 이기환 대표(40)는 편한 길이 아닌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건설 실무를 모르는 자신에게 호되게 교육시켜 줄 '스승'이 필요했지만 꼬박꼬박 존대하며 눈치 보는 직장 동료들은 되레 부담이 됐다.

편하게 '업(業)'을 배울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입사 3개월 만에 회사 문을 박차고 나왔다.

여느 취업준비생들처럼 자기소개서를 쓰고, 이력서를 만들어 수개월간 입사지원했다.

그리고 3곳의 건설사에서 합격통지를 받았다.

그중 현대건설을 선택해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 대표는 3년 반 동안 회사에 몸담으며 '실전'의 건설업을 맛봤다.

결재를 위한 사인을 하는 대신 결재를 받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깨지고 깨지기를 수년간 반복하면서 단순히 짓는 것이 아닌 종합예술과 같은 '건설업'의 제맛을 느꼈다.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지를 사수들을 따라다니고 쫓아다니며 트레이닝을 받았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의 땅 위에 근사한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도, 그렇게 해서 나오는 결과물도 매력적이었다.


이 대표는 그렇게 현대건설에 몸담은 3년 반의 시간을 뒤로하고 2012년 회사로 돌아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그리고 작년 초, 그는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그러나 그는 "내 인생과 회사의 '분수령'이 되는 해는 사장으로 취임한 작년이 아니라 바로 올해"라고 말했다.


부산과 대구 등 영남권에 기반을 둔 삼정건설이 '우물' 밖을 나와 서울과 수도권에 본격 진출하는 시점인 데다 부산 서면에 대형 쇼핑몰을 열어 건설업과 유통업을 결합해 신성장동력을 본격적으로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작년 회사가 관계사를 모두 합쳐 7000억원 정도 총매출을 올렸다"며 "그간 수익성 좋은 자체 시행사업 위주로 회사를 운영해왔지만 앞으로 회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면서도 건설업 특유의 위기에 강한 DNA를 만들려면 도급, 신탁, 관급은 물론 리테일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산이나 대구에선 삼정건설의 '삼정그린코아' 아파트 브랜드가 서울에서 고급으로 평가받는 대기업 브랜드 부럽지 않을 정도로 저변이 넓은 편이다.

실제 부산과 대구에선 돌아다니다 보면 삼정그린코아 브랜드를 단 아파트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에서 삼정그린코아는 낯선 브랜드다.

10년 전 염창동과 방화동 등지에서 재건축 사업을 수주해 입주까지 마쳤고, 김포한강신도시 분양도 마무리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 대표는 "몇 년 안에 수도권에서 대중적 인지도를 만드는 게 1차 목표"라며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라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입지가 좋은 데 브랜드 깃발을 꽂아야 브랜드가 알려지고 익숙해지며 입지 좋은 곳에 지어야 어려울 때 덜 흔들리고, 잘나갈 때 더 뻗는다는 얘기였다.


당장 동탄2신도시에 주상복합 아파트인 '동탄역 삼정그린코아 더베스트' 분양이 시작된 상태다.

동탄역 바로 앞이어서 핵심 입지로 꼽히는 '광역비즈니스콤플렉스'에 위치해 있다.

동탄역에서 가장 가까운, 좋은 입지라 삼정건설은 당시 최고 입찰가를 제시해 땅을 낙찰받았고, 이 땅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기 위해 분양 절차에 돌입했다.

서울에서도 역시 입지가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히는 용산구 한남동 재건축을 수주했다.

1974년 입주를 시작해 올해 45년 된 낡은 '한성아파트' 재건축을 따내 연말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고양덕은지구 땅을 낙찰받아 400가구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을 준비 중이고, 인천 청라에선 6월 오피스텔 분양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20~30개 사업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도 한 개의 사업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부도 위험이 큰 건설사의 생리를 잘 안다.

젊은 CEO인 그는 이 같은 리스크를 최대한 '헤징(hedging)'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안다.


그는 "몇 년간 안정적으로 수주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놓고 나니 직원들에게 미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신사업 발굴"이라면서 "주상복합을 지으면서 상업시설 관리 노하우가 쌓인 유통업에 도전해보기로 하고 10년간 흉물로 방치돼 있던 부산 서면의 피에스타몰을 인수해 6월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에스타몰은 지난 10년간 도심 속 흉물처럼 방치된 곳인데 삼정건설이 극적으로 인수했다.

삼정건설이 집중하고 있는 주상복합에는 필연적으로 상가나 각종 유통시설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형 쇼핑몰을 조성해 운영까지 하는 것은 회사의 체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었다.

꾸준히 현금이 들어오는 유통사업을 통해 회사 기반을 더 탄탄하게 만들고픈 욕심도 있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맛집이나 일반 소매업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쇼핑몰을 구성해야 하니 부산·서울의 맛집과 핫플레이스라는 곳은 다 찾아다니고 만나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상가를 좀 더 확대한 쇼핑몰의 핵심은 결국 온라인에서 할 수 없는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더라. 먹을 것과 즐길 것 위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패션과 화장품 등 쇼핑몰에 의례적으로 들어가는 분야는 이미 레드오션인 데다 온라인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과감히 비중을 10% 이하로 낮췄다.

대신 온라인에서 하기 힘든 활동 위주로 몰을 구성했다.

먹을거리와 즐길거리 위주다.

부산시와 협업해 대규모 e스포츠 경기장 'e스포츠 스타디움'을 마련했다.

고급 안락의자인 '리클라이너 체어'로 구성된 좌석에 앉아 영화를 볼 수 있는 특화된 영화관 '리클라이너 CGV'도 부산 최초로 오픈한다.

'런닝맨 체험관' 등이 있는 체험형 스포츠 테마파크 '크리에이티브통'이 10층 전체에 마련되고, 부산 최초로 미국식 버거 '쉐이크쉑' 매장도 입점이 확정됐다.


이 대표는 "피에스타몰을 운영하며 노하우를 더 쌓아 장기적으론 자산운용사를 설립해 영역을 확장할 생각"이라면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삼정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삼정의 슬로건이 '정도, 신뢰, 내실'인데 내실을 키우는 데 주력하는 몇 년을 보내왔다"면서 "무리해서 사업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데 최선을 다하되,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다각화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새벽마다 깨워 데려가던 건설현장이 낯설고 싫었다고 고백했다.

이 대표는 "새벽에 더 자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도 굳이 깨워서, 굳이 흙먼지 날리는 곳에 데려가는 아버지가 그때는 참 싫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무에서 유를 창출해 내는 이 업을 이뤄낸 아버지가 존경스럽다.

그리고 어렸을 때의 그 건설현장이 몸에 체화돼서인지 건설업이 내 천직인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올해로 37년 차를 맞이한 삼정을 '천수답'식 건설회사를 넘어 모든 '공간'을 책임질 수 있는 공간 크리에이터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이 장기 목표라는 말로 그는 생애 첫 언론과의 인터뷰를 끝맺었다.


■ He is…
△1979년 부산 출생 △1997년 부산 동래고 졸업 △2005년 동아대 경영학과 졸업 △2008년 미국 피츠버그대 MBA 졸업 △2009년 현대건설 공채 입사 △2012년 삼정건설 이사 △2018년 삼정, 삼정건설, 삼정지씨건설 총괄대표이사
[이지용 기자 / 박인혜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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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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