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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배급사회 활력사회
기사입력 2019-04-2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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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제공을 위해 1차로 1만여 명을 뽑아 한 달에 50만원씩 6개월을 준다는 청년수당이 발표됐다.

그런데 현금을 뿌려 임시변통한다는 싸늘한 분석이 나오니 발표한 분들이 마음에 걸렸던 듯하다.

해명 자료가 추가로 나왔다.

구직활동 계획서, 월별 구직활동 보고서를 제출받고 동영상 강의도 수강하게 해 '청년 일자리 문제 근본적 해결을 도모하겠다'고 한다.

애써 만드셨겠지만 죄송하게도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 문제의 본질은 활동 보고서를 받고 안 받고에 달린 게 아니라 정부가 일자리 문제, 나아가 국가 흥망의 조건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지 인식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차 당첨자 발표를 보느라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청년들은 절박했다.

정부 차원에서만 1582억원, 올해 다른 지방자치단체까지 합치면 청년수당에 3800억원이 투입될 거라고 한다.

이 돈을 쓰면 나아질까.
세금을 투여하고 올 초 청년고용률이 올랐다고 하지만 강의실 불 끄러 다니는 초단기 근로가 편입된 이후 수치다.

일자리가 어렵다고 단기간 미봉책에 집중하는 건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세계 최고 교육 수준을 자랑하는 앞길 창창한 젊은이들이 현금을 받기 위해 인터넷에서 줄 서며 배급줄이 내 앞에서 끊어질까 조마조마해야 했다.


정부가 실천해야 할 과제를 돈을 내고 벗어 버리는 게 아니라면 어려운 때일수록 정공법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본다.

이 땅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일거리'가 아니라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그 일자리는 성장과 혁신에 기초한다.

역사 속에서 너무나 자명하게 입증돼 왔다.

찬란한 제국을 이끌다 패망한 로마, 합스부르크 왕조, 에스파냐 제국에 공통점이 있다.

잃을 게 많아 기술혁신, 도전과 창의를 거부하다 쇠락의 길을 걸었던 나라다.


기원후 14년 아우구스투스 뒤를 이은 티베리우스 황제는 민회를 없애고 권한을 원로원에 이양해 다양한 계층의 정치적 목소리를 빼앗은 대신 로마 시민에게 밀, 올리브유, 포도주, 돼지고기를 공짜로 나눠주기 시작했다('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사유재산권은 불안해졌으며 뛰어난 기술도 정부 통제하에 들어갔다.

당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깨지지 않는 유리를 발명한 자는 국가에 보고는 했는데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지지층의 일거리가 그의 기술로 빼앗길 수 있다는 지배층의 걱정이 나돈 시점부터였다고 한다.


반면 기업가 정신과 아이디어를 포용하며 정치 경제를 이끈 영국은 역동적인 산업혁명을 창출했다.

이것이 우리가 택해야 할 포용적 경제라고 본다.

노동의 유연성, 노동개혁은 표로 따지자면 민감하고 따끔따끔하니 개혁을 미뤄두고 편한 일거리, 기대감 부추기는 달콤한 세금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나락에 빠진 나라가 멀리 갈 것도 없이 잃어버린 10년의 일본, 그리스, 스페인이었다.


청년수당 사회는 일하는 가치를 없애는 데 돈을 지불하는 것과 다름없다.

노력의 대가와 무위의 결과를 같게 만드는 무기력의 침묵이 더 길어지기 전에 국가는 성장해야 하고 창조적 파괴를 감당하는 용기를 되살려야 한다.

투자와 혁신, 재능과 창의성에 보답해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제조업 부문을 선도했던 우리다.


청년들에게 강의실 불 끄러 다니는 것으로 인생의 업을 삼으라 할 수는 없는 것. 그들에게 용돈 대신 직장을 제공해 달라. 그 직장을 만드는 건 기업이다.

그리고 기술과 아이디어는 그들에게 맡겨 달라.
한 포럼에 참석했던 젊은이의 말이 기억난다.

"청년들의 가장 큰 가치는 공정함. 기본과 나의 이윤이 지켜지는 일자리를 원한다.

" 20년 집권을 이야기한다지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글로벌 리더들은 300년 살아남을 기업을 고민하고 있다.

창업 30년이 지나면 99.9%가 중도에 사라지는 살벌한 글로벌 세상. 기회 창출에 분초를 다투는 치열한 그들에 비해 우리의 청년 해법은 어디쯤에 위치했던 것일까 묻고 싶다.


[김은혜 MBN 앵커·특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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