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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생일 축하해!
기사입력 2019-04-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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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위 작은사위! 생일 축하해… 장인 & 장모'.
매년 살구꽃이 필 때면 우리 집 마당 살구나무에 꽃분홍색 바탕의 정사각형 현수막을 걸어놓는다.

바람이 불어오면 현수막에 살구 꽃잎이 날려 눈꽃처럼 얼마나 운치가 있는지…. 그 아름다움은 환상이다.


필자는 일주일 차이 나는 두 사위 생일을 미리 축하한다.

처갓집 마당에 쓱 들어오면 제일 먼저 현수막이 보인다.

쑥스럽기도 한 표정을 지으며 "장모님~"하며 좋아한다.


삼겹살에 소맥 한 잔으로 서로 섞이며, 밥 한 끼로 우리는 사랑을 확인하고 서로를 아끼며 소중해 한다.


사위들 휴대폰을 켜면 제일 먼저 이 현수막 사진이 배경화면으로 뜬다.

결혼한 딸들의 생일축하 현수막은 보라색 바탕이다.

우리 가족은 딸들이 결혼하기 전에 이별여행을 한다.

필자가 초등 1학년 때 이별연습 없이 엄마를 잃어 처음에는 실감도 못하다가 점점 성장해가며 많이 슬프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별여행에서 딸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사랑을 준다.

결혼하는 딸의 철없음을 보며 걱정하기도 하고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자아의식을 높이고 왠지 신비롭게 보이고 값비싼 삶을 살았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 표현이 '보라!'였다.

그리고 필자는 큰 소리로 '보라! 내 딸들 잘 살고 있다!'라고 말하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10여 년을 넘게 같은 현수막을 걸고 있지만 해마다 느낌이 새롭다.

어떤 때는 처음 시집 보낼 때 생각이 떠올라 눈물을 찔끔 훔치기도 한다.

엄마라서 그런가 보다.


필자는 생일은 물론 손녀 중학교 입학식에도 글씨를 뽑아 갔다.

'공부? 그래도 해야지!' 손녀도 손자도 엄마도 이모도 할아버지도 한 장씩 들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우리 딸들은 그간 배운 대로 시댁에서도 연출하고 산다고 엄마에게 자랑하며 목청을 높인다.

현수막? 공식행사에서만 쓰는 것보다 실생활에 활용하면 더 재미있다.


딸들이 가끔 백화점에 가서 예쁜 구두가 있으면 사진을 찍어 보내며 '디자인 고르세요!'라고 한다.

얼른 고르며 아빠 것도 하나 더 고른다.

항상 엄마의 머릿속에는 아빠가 있다고 말하며 공짜를 좋아하는 필자는 뻔뻔함이 부끄럽지 않다.

알아주겠지…막연히 느끼겠지…하는 것보다 좀 더 리얼하게 사랑을 표현하고 오래 간직하고픈 추억을 만들며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 생각한다.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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