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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혁신기업 투자로 은행 손실땐 책임 면제
기사입력 2019-03-2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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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관객 1600만명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의 성공 뒤엔 IBK기업은행의 투자가 있다.

지난해 1000만 고객을 끌어들인 '신과 함께' 역시 기업은행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가 모두 성공한 건 아니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이후 제작에 참여한 영화 17개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9개뿐이다.

8개는 이익을 거두지 못했다는 뜻이다.


담당 직원들은 영화 투자를 결정하기 전 작품성과 대중성 등 흥행 요소를 꼼꼼히 따진다.

하지만 큰 손실이 발생하면 금융감독원 종합검사나 경영실태평가 때 이에 대한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에 따른 부실은 면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혁신기업에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입어도 투자를 결정한 금융사와 해당 직원은 금융감독당국의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중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을 방침이라고 22일 밝혔다.

이 규정은 금감원이 실시하는 검사 방법과 검사 결과 처리·제재 등을 정한 내부 규정이다.

구체적으로는 '혁신기업에 투자를 한 경우에는 해당 혁신기업에 부실이 발생하거나 이로 인해 금융사가 손해를 입어도 직원의 고의 혹은 중과실이 없다면 제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한다.

일부러 해당 회사에 불리한 자료를 숨기거나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곤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만 해당 직원이 금융 관련 법규를 위반하거나 상대 기업에서 금품이나 이익을 받기로 약속했을 때는 면책받지 못한다.


이에 더해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금융사가 기존 여·수신 업무 외에 혁신적인 업무를 하다가 손해를 봐도 면책한다'는 조항도 신설된다.

이른바 '규제샌드박스' 제도에 따라 은행도 2년 동안 혁신금융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금감원의 검사와 제재에서 자유로운 핀테크 업체와 달리 은행은 문제가 발생하면 임직원이 금감원에서 책임 추궁을 받았다.

이 경우 은행이 마음껏 혁신금융 서비스를 실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핀테크 업체와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 금감원이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도 논의됐다.

은행들의 문화 콘텐츠 투자 등에 대해서도 면책 조항이 필요할 것이란 내용이다.


이처럼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등이 큰 관심을 끌면서 금감원은 혁신기업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검토 중이다.

4차 산업혁명 등 신성장 분야뿐만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주력 산업에서 기술력 있는 기업들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KDB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들은 300여 개 업종을 '혁신 분야'로 분류해 지원하고 있다.

데이터와 블록체인, 공유경제, 인공지능(AI), 미래자동차, 스마트시티 등이 포함된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과 은행이 모여 혁신기업 범위를 정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면책 조항의 실효성에 대해 일선 금융사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지금도 금융회사가 혁신기업 등에 '대출'을 해줄 때는 면책을 해주는 금감원 조항이 있지만 이 조항만으로는 혁신기업 대출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기업여신 담당자는 "금융회사와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더라도 발생한 대출 손실은 고스란히 은행이 떠안아야 한다"며 "손실이 발생할 경우 금융사 내부 징계를 받을 수 있어서 직원들이 대출에 적극적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도 "대출이나 투자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게 개인 직원에게 동기 부여는 될 수 있지만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이 안 좋아지는 건 마찬가지"라며 "면책 조항 신설이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처럼 적극적인 대출·투자에 대한 정부 관심이 이어진다면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원활해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한 은행 부행장은 "혁신기업 대출에 대한 면책 조항이 있어도 적극적인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건 정부 방침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혁신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를 장려한다면 창구 직원들 사이에서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은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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