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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39년 뒤 고갈…제도개혁 없인 現 20대 `빈손`
기사입력 2018-11-0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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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개혁 물거품 되나 ◆
문재인 대통령이 보험료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정부안)에 대해 지난 7일 전면 재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당초 정부가 목표로 세운 국민연금 개혁이 이 정권에서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 무산은 결과적으로 기금 고갈 시기를 앞당겨 현재 젊은 층이 연금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을 키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연금 지급을 위해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올 8월 국민연금 제도 역사상 처음으로 세운 '재정안정화 원칙'도 사실상 무너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는 정부안이 연기금의 재정건전성 강화(보험료 인상) 쪽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1월 말까지 (개혁안을) 제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경사노위가 오는 20일까지 내용을 못 주면 양해를 구해 저희 독자 안을 다듬어 연말 안에 반드시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국가책임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박 장관은 전했다.

보험료율 인상 최소화, 소득대체율 인상 등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강화되는 내용이 새 정부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럴 경우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의 고갈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8월 발표한 4차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등 현 제도를 유지하면 현재 671조원 수준인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2057년에 몽땅 소진될 전망이다.

현시점에서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조정하지 않으면 올해 만 26세인 청년이 노령연금을 타기 시작하는 65세가 되면 이미 적립금이 바닥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정부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만큼 2057년이라는 기금 고갈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더구나 보험료율 인상 없이 문 대통령 대선 공약인 연급지급액 인상을 단행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45%로 고정시키면 연기금의 고갈 시기는 2056년으로 1년 앞당겨진다.

소득대체율은 현재 45%로 2028년까지 매해 0.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떨어뜨려 2028년 40%에 도달하도록 설정돼 있다.

문 대통령 공약처럼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 조정하면 연기금이 소진되는 시점은 2054년으로 더 당겨진다.

이러면 올해 만 29세 청년이 노령연금을 탈 시기부터 연금으로 지급할 재원이 완전히 비게 된다.

정부안이 퇴짜를 맞으면서 국민연금 제도 3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제시된 재정 원칙도 휴지 조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발전위는 4차 재정추계 발표 당시 '2088년 적립배율 1배 유지'라는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이는 70년 뒤인 2088년에 도달했을 때 최소 1년치 연금지급액을 적립금으로 쌓아놓겠다는 목표다.

연기금의 고갈을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막겠다는 취지이자 국민연금 사상 최초로 세워진 재정안정화 원칙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보험료율 인상을 담고 있는 정부안에 대해 수정을 지시하면서 이 원칙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금개혁 자체가 이번 정부 임기 내에서는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5년마다 오는 기회인데 문 대통령이 사실상 보험료율 인상을 반대하면서 연금개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동계의 거친 저항을 무릅써야 하는 보수정권보다 진보정권이 상대적으로 연금개혁에 성공할 확률이 높은데, 5년 뒤에도 (연금개혁을) 장담하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도발전위원장을 맡았던 김상균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 중심제인 국가에서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한 번 흔들어놓으면 지침을 어기기가 쉽지 않다"며 "이대로라면 연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에서 조세로 충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적립식 제도를 부과식으로 개편하면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국민연금 재원을 조세로 충당하면 그만큼 다른 부분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드니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역시 "결국 증세 없이는 불가능한 방식"이라고 일축했다.

김상균 교수는 "과거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 IMF가 가장 우선적으로 내건 원칙이 연금 삭감이었다"며 "그만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역시 비현실적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이 현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38만)을 초과하면 국민연금 가입 유인이 떨어져 제도 자체가 형해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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