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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가 가능하다면 출처를 따지지 말라는 북한
기사입력 2018-11-0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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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우리가 몰랐던 북한-45] 최근 열린 북한의 내각회의에서 '투자를 하겠다는 곳이 있으면 어느 국가, 기업, 개인이든 상관없이 다 받으라'고 했다.

투자 출처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 같은 태도는 개방적인 사고의 전환으로도 평가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절박함에 가까워 보인다.

김정은 시대 들어 내각은 '내각책임제', '내각중심제'를 내세우며 그 어느 때보다 위상이 강화됐다.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다소 위축됐던 내각이 본연의 위치를 찾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흥미로운 점은 내각의 주요 부서 일꾼들이 참여한 가운데 외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각 대사관 경제 담당 영사들까지 불러들여 이 회의에 참석시켰다는 것이다.

회의 주요 목적은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라고 한 당의 방침을 관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특히 원산과 금강산을 잇는 관광 인프라 건설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건설에 필요한 자금은 대략 15억달러다.


회의 내용에 따르면, 강원도 원산시에 자리한 송도원호텔, 동명호텔, 해안호텔과 고성시에 있는 목란관 리모델링에 약 3억달러, 원산-금강산 사이 철도 개·보수에 약 4억달러가 필요하다.

또한 통천군 지역에 있는 시중호에는 수산물(해산물) 식당을 짓고, 총석정에는 호텔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데 여기에 약 2억5000달러가 들어간다.

이 외에도 갈마해안관광지구와 함께 원산시 전체를 해안관광도시로 일신(一新)시키기 위해 원산상업거리를 만들고, 풍력발전소와 원산호텔을 세우는 등 대규모 건설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여기에 약 5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 북한은 대북제재로 상품의 수입과 수출은 물론 금융제재도 받고 있다.

따라서 돈 쓸 곳은 많은데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력갱생(自力更生)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경제 담당 영사들까지 불러들여 누구든지 상관없이 투자할 의사만 있으면 무조건 유치하라고 강조한 점은 북한의 내부 사정이 그만큼 긴박하다는 뜻이리라.
회의에서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왔는데 크게 '부서 이기주의'와 '뇌물 상납'이다.

부서 이기주의는 말 그대로 이해관계가 다른 각각의 부서들이 자기 부서 제일주의를 내세워 내부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상이다.

내각의 주요 부서인 외무성, 무역성, 대외경제위원회가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부서의 특수성을 내세우며,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행태에 대해 따끔한 지적이 오갔다.

또 뇌물을 받는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가차 없이 처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 혜산 동광산 사건의 교훈을 강조했다.


이 사건은 몇 년 전 혜산 동광산에 투자한 중국의 유명 기업이 북한 당 간부들의 노골적인 뇌물 상납 요구를 견디다 못해 상부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크게 이슈화됐던 사건이다.

이 기업은 해당 지역의 당과 행정기관 일꾼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담당 보위원, 보안원 등 다양한 권력기관에 있는 사람들을 각종 명절 때는 물론이고, 집안의 대소사까지 일일이 챙겨야만 했었다.

엄청난 뇌물 비용은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고, 현지 간부들과 마찰을 빚다 결국 상부에 문제를 제기했었다.

이 사건은 결국 국가 간 외교 문제로까지 번졌다.

이 사건으로 북한 당국은 중국에 체면을 구겼고, 또 투자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부정적 시그널을 줬다.


북한 당국이 이 사건의 교훈을 통해 상기시킨 것은 간부들의 약탈적 행위에 대한 경고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이 같은 행태를 근절시키기는 쉽지 않다.

간부들의 경제 생활을 충분히 보장해 주지 못하면서 부패 행위 근절만 강조하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자 유치도 마찬가지다.

투자는 비즈니스고, 비즈니스는 적선이 아니다.

수익성을 따져보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낮은 인건비 등은 매력적인 투자 동기 요인이지만, 간부들의 뇌물 비용이 포함된다면 이 매력도 상쇄되고 만다.

재산권 보호, 세금 정책 등 제도적 장치들이 실질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법치국가로서의 투자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이뿐만 아니라 핵 이슈, 군사 분쟁과 같은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북한 당국의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외국 주재 영사들이라도 신통한 수를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장혜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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