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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남북경협 취지 이해하지만…美시장서 불이익 받을까 우려"
기사입력 2018-09-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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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기업 총수들이 오는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북에 동행할 예정인 가운데, 동행 기업들이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평양 방북 요청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3일 청와대와 재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진행되는 2차 남북정상회담에 주요 그룹 총수들의 동행을 요청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은 물론 미국 제재 가능성도 염두에 두면서 곱지 않은 시선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부가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구체화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미국 제재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방북이 급하게 결정됐기 때문에 기업인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오기보다는 들러리만 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은 지난 6월 미·북정상회담 직후 기존 대북제재를 1년 연장했다.

비핵화 없이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기업·개인을 제재할 것'으로 요약된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기업인들 방북으로 당장 남북 경협 사업이 구체화되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대북제재가 존재하는 한 국내 기업들 운신의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군다나 4대 그룹은 당장 북한과 경협 관계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남북 정상 간 회동이 속전속결로 성사된 데다 향후 지속 가능한 화해 무드 조성 여부 등 불확실성이 커 기업들로서는 마땅한 대북 사업을 검토하기 어려웠다는 해석이다.

이후 석 달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큰 상황 변화가 없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아직 이 부회장 동행 여부가 최종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삼성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만큼 향후 남북 경협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은 전자 분야보다는 오히려 도로·철도·항만·주택 등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을 위해 삼성물산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지난 상반기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상무급 임원을 팀장으로 하는 자체 '경협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철도 차량을 제작하는 현대로템과 과거 대북 인프라 사업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 등을 계열사로 둔 현대차그룹은 이를 중심으로 한 남북 경협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고속철 사업에 강점이 있는 현대로템은 대북 사업 최대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남북 경협에 대해 기대가 크지만 의외의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보수파 일부에서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을 구별하지 못하고, 과거부터 대북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을 동일시하면서 트집을 잡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 때문에 현대차가 이를 해명하기 위해 쩔쩔맨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경협에 나설 경우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주류층을 대상으로 현대그룹과 전혀 별개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근거 없는 사실을 불식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SK그룹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향후 남북 경협 재계 가능성을 놓고 주력 사업인 에너지나 이동통신, 반도체 등과 관련해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 회장 방북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LG그룹은 지난 6월 회장으로 취임한 구광모 회장의 첫 대외 행보가 대통령 방북 동행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그룹 주력사의 사업 영역이 다양해 전자·통신부터 태양광·화학에 이르기까지 다른 그룹보다 운신의 폭이 넓다는 평가도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선대인 고(故) 구본무 회장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두 차례(2000년·2007년)나 방북한 만큼 대북 관련 그룹의 미래 사업 현안들이 다른 그룹보다 다양하게 준비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구광모 회장이 방북해 동행하게 되면 변화한 환경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단체장 중에는 지난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동석했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기업 의사와 무관하게 무리한 방북을 추진할 경우 향후 진행될 남북 경협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사업성이 없는 곳에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강압적으로 기업에 대북 투자를 요구한다면 제2의 국정농단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승훈 기자 / 강두순 기자 /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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