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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통합감독 개시 불똥 튄 삼성생명…당장 20조원 조달 혹은 삼성전자 지분 매각?
기사입력 2018-07-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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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모범규준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는 은행은 없지만 금융회사를 두고 있는 금융그룹이 동반 부실해지는 위험을 막고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는 모범규준 형태지만 정부는 올해 안에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을 발의할 예정이다.

감독 대상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여수신·보험·금융투자 중 2개 이상 권역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으로 삼성, 한화, 현대차, DB, 롯데 등 5개 재벌계 금융그룹과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2개 금융그룹이다.

이들 금융그룹은 적정 자본비율을 준수해야 한다.

비금융계열사 부실이 금융회사로 전이되는 것을 막고 금융 소비자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때 적정자본 비율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를 두고 그룹별로 희비가 엇갈릴 공산이 크다.

이 중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삼성생명이란 분석이다.


삼성생명을 어찌할꼬
▷정부 새 기준 맞추면 자본적정성 ‘흔들’
“집중위험의 영향을 받는 그룹은 삼성 한 곳 정도다.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비중이 커서 영향이 클 것이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의 설명이다.


집중위험이란 각 계열사별로는 괜찮은데 그룹 전체로 합하면 위험이 과도하게 한군데로 집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적정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모범규준의 핵심이다.

이때 정부가 요구하는 자본적정성은 필요자본(위기 시 필요 최소 자본) 대비 적격자본(손실흡수 능력) 비율이 최소 100%를 넘는 것이다.

그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추가로 자본 확충을 해야 한다.


2017년 말 기준 삼성의 자본적정성 비율은 328.9%다.

적격자본이 57조1408억원이고 필요자본은 17조3738억원이기 때문에 아주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통합감독기준 셈법에 따랐을 때다.

이렇게 되면 삼성의 자본적정성 비율이 100% 초반으로 떨어질 수 있다.


모범규준에서는 중복자본(계열사 간 복잡한 출자를 통해 외부 자금 수혈 없이 만들 수 있는 가공의 자본)을 적격자본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했다.

또 전이위험, 즉 한 계열사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에 미칠 가능성이 있을 때를 대비해 필요자본은 더하도록 했다.

업계 추산 중복자본 차감 금액은 6조2933억원, 전이위험 가산금액은 6조886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금융위는 은행과 보험사는 비금융사 출자분에 대해 ‘개별 비금융 자회사 출자액 중 자기자본의 15%를 초과하는 금액 전부’를 필요자본에 가산하도록 감독기준 초안을 마련했다.

삼성생명은 비금융사인 삼성전자 지분 7.92%를 현재 갖고 있다.

지분가치는 23조7051억원(6월 말 종가 기준)에 달한다.

그런데 감독기준 초안을 곧이곧대로 준수한다면 필요자본에 19조2351억원이 더해진다.

삼성생명 자기자본 29조8000억원 중 15%가 4조4700억원 정도인데 전체 삼성전자 지분가치에서 이 부분을 초과하는 금액은 필요자본으로 잡힌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분모(필요자본)가 커지다 보니 자본적정성 비율은 11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삼성생명 20조원 자본 확충?
삼성전자 지분 언제 파느냐가 변수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보험업권에서 통상적으로 자본적정성 비율을 최소 150%는 맞춰야 한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에 따른다면 관련법 통과 시 삼성생명삼성전자 보유 지분 때문에 필요자본이 약 20조원 늘어난 만큼 그만큼 채우든지(자본 확충)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팔아야 한다는 시나리오가 대두된다.


아무래도 당장 20조원의 자본을 채우는 것은 아무리 삼성생명이라 해도 부담일 수 있다.

그래서 증권가에서는 차라리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각할 것이란 시나리오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김수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은 자본비율을 유지하고자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고려할 수 있다.

자본비율 150% 이상으로 유지하려면 삼성전자 지분 7.92% 중 3.54%(약 9조9000억원)를 매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 삼성생명의 주가 역시 크게 등락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내다본다.


NH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내년 정도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일부 매각이 성사됐을 때 이는 배당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예측이다.

다만 지분 매각이 계속된다면 삼성생명이 갖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프리미엄’은 사라질 수 있어 장기적으로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배당수익 수익률은 3.1% 정도인데 점차 지분 비중을 줄인다면 이를 메우기 위해 새로 편입된 자산 운용 수익률을 4~5% 이상 올려야 한다.

지난해 기준 삼성생명의 신규 투자 이익률이 3.6%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생명삼성전자 지분 2298만3552주(0.35%)를 1조1204억원에 매각했을 때 삼성생명 주가가 8.1% 떨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번 매각으로 법인세를 뺀 8157억원이 운용자산으로 편입됐지만 삼성전자로부터 받던 배당수익 연 325억원 정도가 없어졌다는 점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6월 말 삼성생명 목표주가를 16만원에서 13만5000원으로 낮췄다.


유배당 보험 계약자도 변수다.

삼성생명은 약 210만명가량의 유배당 계약자가 있다.

약관에 따르면 과거 이들 보험료를 바탕으로 삼성생명삼성전자 주식을 사뒀으므로 매각할 때 발생하는 차익은 계약자에게도 일부 돌려줘야 한다.

참고로 유배당 보험 계약자는 삼성생명삼성전자 주식을 팔았을 때 투자 이익의 30%를 배당으로 받게 돼 있다.

삼성생명이 이렇게 유배당 계약자에게도 이익을 나눠주고 나면 자본 확충 효과가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변수는
▷연말 법제화 어떤 방향 될지 촉각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개시됐다 해도 아직까지는 모범규준에 불과하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관련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필요자본에 가산되는 집중위험 산출 방법에 논란이 많다.

그만큼 관련법 제정 과정이 험난할 수 있다.


더불어 생명보험사 입장에서 준수해야 할 기준이 계속 추가되고 있어 불만이 극에 달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종 규제의 대표적인 사안으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2021년에 시행된다.

IFRS17은 보험부채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과거 고금리 저축성 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는 적립금을 더 쌓아야 한다.

그만큼 부채가 늘어난다.

K-ICS는 현 지급여력비율(RBC)을 대체하는 새로운 건전성 감독회계기준이다.


새 회계기준에 맞춰 RBC는 시가 평가 기반으로 전환하게 되는데 이 역시 자본 확충을 해야 할 수 있다.

그런데 자본 확충이 말처럼 쉽지 않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글로벌 채권금리가 올라 해외 채권 발행에 난항을 겪는 보험사가 많기 때문이다.


급기야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과 생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회계기준과 감독기준을 동시에 도입하는 건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며 새 회계기준 시행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 순익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주가 증시에서 각광받는 게 통상적인데 관련 규제가 2중, 3중으로 강화되다 보니 삼성생명 주가를 비롯해 투자심리가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7호 (2018.07.18~07.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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