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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패션리더는 연예인 아닌 `원수님 부부`
기사입력 2018-07-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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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정은 국무위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지난 4월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내 평화의 집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우리가 몰랐던 북한-29] 남한에서 패션 리더는 대부분 연예인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패션 리더는 누구일까. 북한에도 유행이 있고 이를 따라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북한의 패션 리더는 바로 '원수님 부부' 즉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다.


원수님 부부의 영상이 처음 안방 스크린을 통해 방영됐을 때, 북한 주민들은 놀랐다.

늘 베일에 가려진 채 드러내기를 꺼렸던 가계(북한에서 최고지도자 가족을 부르는 존칭어)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김일성·김정일 생존 당시엔 본인들을 제외한 부인이나 자식에 대한 노출을 일체 삼갔다.

공적인 자리는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도 가계의 얘기를 꺼내면 내용의 좋고 나쁨과 상관없이 처벌의 대상이 되었던 시대와 다소 대비된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세간에 '곁가지 사건'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김일성 주석의 두 번째 부인 김성애는 김정일이 정식 후계자로 등장하고 세력 기반을 다지기 전까지만 해도 하나뿐인 조선의 어머니였다.

김일성종합대와 같은 북한의 주요 기관에 '조선의 어머니 김성애 동지의 말씀판'이 김일성의 교시판과 자리를 나란히 했고, 김성애는 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을 수년간 역임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의 남동생 김성갑도 누이를 잘 둔 덕분에 평양시당 조직비서라는 요직을 쉽게 차지할 수 있었다.

김성애의 친모가 "딸을 낳으려면 나처럼 낳아라"는 말을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김성애가 낳은 아들 김평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자리를 다투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상처는 매우 컸다고 한다.

김정숙을 닮은 김정일 위원장과 달리 김일성 주석의 외모를 쏙 빼어 닮은 탓인지, 김성애의 권력 덕분인지 김평일을 지지하는 세력이 우세했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을 비롯한 빨치산 출신들(김일성과 함께 항일유격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 혁명의 1세들)의 지지 속에 간신히 후계자 자리를 차지한 김정일 위원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곁가지 쳐내기였다.

조강지처의 아들임에도 후계구도에서 밀려날 뻔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김성애는 장애물이었고, 정통이 아닌 곁가지인 셈이다.

마침 김일성 주석이 아끼는 명당자리에 별장을 지으려 한 김성갑의 계획을 알게 된 김정일 위원장은 이를 아버지에게 알렸다.

김일성 주석은 몹시 노했고, 김정일 위원장은 이를 기회로 삼아 곁가지를 쳐낸다.

훗날 이 명당자리에는 북한이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 내용을 삼은 최고의 걸작으로 내세우고 있는 인민대학습당이 세워졌고, 이는 김일성 주석의 칠순 생일 선물의 하나로 바쳐지게 된다.


김정숙은 명실상부 조선의 어머니로 부상했고, 그 외의 김일성 주석의 가계란 있을 수 없었다.

자신의 권력기반을 튼튼히 다진 어느 날 김정일 위원장은 당시 공군사령관이었던 조명록(훗날 총정치국장)을 불러 북한 영화 '하랑과 진장군'을 함께 봤다고 한다.

이 영화의 여자주인공 하랑은 자기 자식만을 위하려는 의붓어미의 모함으로 사랑도 깨지고, 생명까지 잃을 뻔한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 하랑은 남장(男裝)을 하고 무술을 익혀 큰 공을 세워 기울어진 집안의 가세를 일으켜 세우고, 헤어졌던 남자친구 진장군을 만난다.

김정일 위원장이 연상의 여인이었던 성혜림을 사랑한 것도 아마 어려서 잃은 어머니의 빈자리가 그리웠던 탓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자신의 복잡한 개인사를 자식들에게 그대로 물려준 것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김정일 위원장의 가계도 공식 매체에 등장하기엔 한계가 많았다.


그러나 선대와 다른 '원수님 부부'의 등장은 파격에 가까웠다.

일각에서는 어린 지도자의 철없는 애정행각으로 치부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가계에 있어서 만큼은 아버지보다 단순한 관계를 만들고 싶은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였을지도 모른다.

북한 주민들도 꽤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젊은 연령대의 지도자, 파격적인 의상과 액세서리를 사용하는 영부인, 이 모든 것이 북한 주민들이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북한에서는 '원수님 부부' 패션을 모방하여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네트워크가 있다.

외화상점보다 인기가 높은 이 네트워크에는 아무나 속할 수 없다.

평양, 함흥, 원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른바 권력과 경제적인 부를 다 가지고 있는 최상위층만이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다.

가장 잘 팔리는 것은 역시 '리설주 가방'인데, 수작업으로 브랜드까지 꼭 같이 만들어 진품과 짝퉁을 가려 보기가 어렵다.

진품이 많지 않으니 비교 대상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리설주 가방'은 보통 500달러에 거래되는데 대기자가 줄을 서 있다고 한다.

외국 순방이나 국내 현지 시찰 등을 통해 선보이는 리설주의 패션은 가방뿐만 아니라 치마, 원피스, 신발 등 모든 것이 인기여서 그야말로 북한의 완판녀인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패션에서 주목받는 것은 '원수님 우와기'(양복 상의를 이르는 북한말인데, 어원은 일본어임)다.

뒤트임이 전혀 없거나 센터밴드(하나 트임)가 일반적이었던 북한의 패션과 달리 원수님 우와기의 특징은 사이드밴드(양쪽 트임)다.

다만 통 넓은 바지는 젊은 층은 물론 중장년층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리설주의 패션이 종류에 상관없이 유독 인기를 끄는 것은 트렌드를 주도하는 패션 리더로서의 모습 때문이겠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바로 허용의 임계선이다.

즉 사회주의생활양식을 강조하며 자본주의적 경향의 옷차림(패션)을 경계하고 통제하는 북한에서 영부인의 옷차림은 일반인이 따라해도 되는 수준인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여성들이 목걸이, 귀걸이 등 액세서리를 하면 단속을 당하기 일쑤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에선 패션욕망도 지도자의 그 수준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장혜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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