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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직원에 권한 넘길땐 조언부터 구하세요
기사입력 2018-07-13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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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이 요즘 말하는 '권한 이임'을 영어로 'empowerment'라고 한다.

'power'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사전적 정의로는 '중요한 업무를 부하에게 할당, 결정에 대한 책임 위임을 통해 업무 수행 시 범위와 판단의 자율성을 증대시킴. 그리고 이를 통해 관리자의 승인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조직 관리 방법'을 의미한다.


왜 권한 이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물으면 자기 효능감을 고양시키고 내적 동기와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 차원에서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으면 이 말을 한다.

"권한을 인정하고 조직의 구성원들이 무기력해지는 여건을 파악해서 개선해 나가라"고 한다.

그리고 때로는 "권한을 하급자에게 재분배하라"고 한다.


필자는 권한 이임에 관한 좋은 말들을 들을 때마다 솔직히 약간 약이 오른다.

목적과 방법을 계속해서 같은 선상에서 말을 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원인으로 결과를 설명하고 다시금 결과로 원인을 말하는 순환논리 혹은 순환모순 같다.

이렇게 항변하면 그분들 역시 "그래서 권한 이임이 힘든 것"이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하긴 어떤 무언가가 매우 중요한 것은 분명한데 구체적인 방법들은 실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필자 역시 마땅한 답을 속 시원히 내놓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이와 관련해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싱가포르 경영대학의 마이클 섀러(Michael Schaerer) 교수 연구진은 사람들에게 어떤 주제와 관련해서 타인에게 '조언하는 방식'으로 혹은 '대화하는 방식'으로 말하게 했다.

이후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나는 얼마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라는 다소 무관해 보이는 질문을 양쪽 모두에게 했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 분명한 차이가 보였다.

조언의 형식으로 말을 한 사람이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나타낸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조언을 상대방이 들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은 듣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에 비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내 권한을 좀 더 많이 가져 책임을 지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는 질문에도 더 높은 응답 점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사소하게라도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인식할 때 권한에 대해 거부감을 지우고 좀 더 가지려 한다.

더욱 중요한 건 그 조언과 그 이후의 일이 크게 관련이 없는 경우에라도 말이다.

자신의 조언을 받는 사람이 그 조언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이른바 '책임지고 해보겠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심지어 더욱 강하게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런 말도 있다.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에게 지인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니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시금 그 지인이 '그럼 가장 쉬운 일은 무엇인가'라고 던진 질문에 탈레스는 "그건 남에게 충고하는 것일세"라고 답했다.

자기 눈의 들보는 못 보면서 남의 눈에 있는 티는 잘 본다고 꼬집는 것이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아무리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부하라도 뛰어난 리더의 티는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조언해 달라고 요청하라. 같은 말이라도 조언이라는 형태와 분위기를 만들어 보라. 그들은 어렵지 않게 해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임된 권한, 즉 'power'를 통해 자신들의 자율성과 내적 동기를 스스로 조금이라도 더 강화시키지 않겠는가. 그렇게 보면 대한민국의 리더는 부하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일이 너무 적다.

일이 다 벌어지고 난 뒤 책임지라는 말은 그렇게 많이 하면서도 말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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