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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성 없는 물질까지 공개…온라인서 아무나 기업기밀 볼수있어
기사입력 2018-04-1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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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기밀유출 현실화 ◆
반도체 업계가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 논란에 이어 정부의 사전심사제 도입 움직임에 따라 생산에 차질이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도면을 들고 업무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SK하이닉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화학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영업비밀 사전심사제도' 도입이 핵심이다.

MSDS는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기재한 문서를 말한다.

화학물질관리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화학물질을 공급하거나 제공받아 활용하는 업체는 개별 화학물질의 유해성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화학물질을 MSDS에 기재해 사업장에 비치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 의원들이 추진 중인 전부 개정안의 사전심사제도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심의위원회 사전 심사를 통해 인정을 받았을 때에만 MSDS 내 물질 명칭과 함유량을 가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사전심사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의 특정 화학물질 성분에 대해 정부의 심사를 받고 영업비밀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심지어 법안에는 MSDS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고 고용노동부는 제출받은 자료를 전산으로 공개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누구나 클릭 몇 번으로 해당 회사의 '고급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계 관계자는 17일 "해외 대부분 국가들이 특정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 띄워 누구에게나 공개하지 않는 다"며 "입력 양식에 들어간 물질 하나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반도체, 화학, 디스플레이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IT 업계 특성상 제품 교체 주기가 짧아 MSDS 사용 기한도 매우 짧을 텐데 이에 반해 영업비밀 승인에 소요되는 인력과 시간 낭비가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계적인 추세에 맞지 않는 법안"이라고 일갈했다.

지난 2월 9일 해당 법안을 입법예고한 고용노동부 사이트에는 이처럼 법 개정이 자칫 기업 활동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제도가 도입됐을 때 자칫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외국 화학물질 공급사들에서 납품을 받지 못할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많은 기업들은 외국에서 화학제품(혼합물)을 수입하고 있다.

정부에서 사전심사제도를 시행하면 외국 제조사들은 영업비밀로 간주되는 제품에 대한 구성 성분을 국내 제조사에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서는 포토공정의 감광액부터 식각액, 확산용액 등 핵심 화학물질들을 독일 L사와 미국 P사를 비롯해 국내 S사, D사에서 공급받고 있다.

아무리 한국 반도체 기업이 핵심 거래처라 하더라도 이들 업체가 자사 사업 기반인 화학물질 혼합비율이 노출될 수 있는 물질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외국 제조사로서는 다른 외국시장도 많은데 구성 성분을 공개하면서까지 국내에 해당 화학제품을 판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국내로 들어오는 화학제품 판매가 중단되면 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일부 업계(재료 업계) 손실만 추정하더라도 매출액 대비 40~70%에 달하는 약 1조5000억~2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해당 업계에서 제조한 물질을 공급받아 사용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도 생산 차질로 막대한 매출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유럽, 캐나다, 일본, 미국 등 외국은 유해성 물질만을 MSDS에 작성(비유해성 물질은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화학물질 판매 시 MSDS를 함께 제공토록 하는 것은 해당 화학물질의 특성과 유해성 등 정보를 미리 확보해 근로자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이용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 입법례를 감안하고 근로자 건강 관리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유해성 물질에 관한 정보만을 MSDS에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안법 전부 개정안 중 일부 내용은 현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2016년 10월 31일 발의했던 산안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상당 부분 일치해 '셀프입법' 논란도 제기된다.

김 장관이 의원 시절 발의한 법률 개정안을 장관이 되면서 '정부안'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산업계 우려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제 정부가 개정안에 대해 입법예고를 한 상태며 앞으로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야 하고 국회에서도 논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계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를 이끄는 김영주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무차별적으로 기업의 정보 공개 법안을 발의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 전까지 기업들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듣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장관이 의원 시절 추진했던 법안을 정부로 이름을 바꿔 다시 밀어붙이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고용노동부는 기업들의 민감한 영업 공개에 대해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영업비밀이 담긴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의 외부 공개를 결정한 게 대표적인 예다.

특히 삼성 측 이의 제기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정보공개 보류 결정을 내리자 고용노동부는 이를 취소해 달라고 다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손일선 기자 / 이재철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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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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