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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IC] 성공한 중년 남성, 왜 미투·불륜에 무너질까…완벽한 남성 ‘슈퍼맨 증후군’에 도덕성 상실
기사입력 2018-04-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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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을 운영하던 CEO A씨(49)는 비서로부터 성추행을 했다는 신고를 받은 후 경찰서를 들락거리다 실형을 선고받는 상황까지 왔다.

거액의 합의금을 내면서 사건은 종결된 듯했지만 잃은 것은 너무 많았다.

등기이사에서는 내려와야 했고 가맹점주, 거래처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뒤따랐고 임직원과 자회사로부터 이미지 실추 관련 치욕의 말도 들어야 했다.

무엇보다 A씨가 궁지에 몰린 것은 가족들의 냉소였다.

특히 딸은 아빠와 관계 단절을 선언했고 부인은 이혼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A씨는 무일푼으로 상경, 자수성가의 대명사로 한때 이름을 날리던 이였다.

성공의 정점에 있어 보였던 그가 왜 이런 일탈을 행했을까.
비단 A씨 사례만 있는 게 아니다.


한때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기관장, 청와대 고위직에 올라 권력의 2인자로 불렸던 관료, 매년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며 서울 강남에 사옥을 올린 자수성가형 CEO, 예술 활동 후원으로 명성이 높았던 재벌 3세도 신문 사회 면을 장식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외형, 조건만 놓고 보면 소위 잘나가는 중년 남성들의 롤모델로 주위의 부러움을 살 법한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최근 뜻밖의 불륜, 미투 사건에 연루되며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그렇다고 아내나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단란한 가족 관계로 늘 미담에 오르내리던 이도 있었다.

세상 다 가진 듯했던 이들이 한순간에 부와 명예를 잃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심지어 주위에 알려지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 만한 이들이 말이다.

정신의학, 심리학, 경영학 분야 전문가들에게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분석을 의뢰했다.



▶진단 1 | 열심히 일한 당신, 일탈해도 괜찮다?
▷아틀라스 증후군·보상 심리 다양하게 해석
정신의학 부문에서는 이들을 일종의 증후군, 즉 병리현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아틀라스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아틀라스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신들과의 전쟁에서 결국 패배했다.

제우스는 형벌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으라고 했다.

아틀라스 증후군이란 이처럼 모든 것을 완벽하게 짊어지고 가려는 아버지가 오히려 이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상을 말한다.

한편에서는 ‘슈퍼맨 증후군’이라 불리기도 한다.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중년 남성이 불륜이나 미투 사건에 연루되는 결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틀라스 증후군에 시달리던 이들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자신이 짊어지거나 책임지지 않아도 될 또 다른 여성에게 풀려다 보니 사건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보상 심리’로 해석했다.


곽 교수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해 결국 권력이 있는 자리를 차지하면 그때부터 보상 심리가 작용한다.

‘나는 강직하고 노력해 이 자리에 왔으므로 지금의 일탈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고 스스로 보상하는 과정에서 그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정신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자주 접하는 현장 사례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꼭 증후군 혹은 병리 현상으로 풀이하지 않더라도 이런 사례 때문에 병원으로까지 오는 사례가 많다.

이런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어렵게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생각 때문에 자존감이 지나치게 높았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나의 행동을 무조건 지지하고 좋아해줄 것이다.

위험한 일, 나쁜 짓을 해도 나는 운이 좋아 뭘 해도 잘 헤쳐 나갈 것이다’라는 어이없는 자기 암시를 그대로 믿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최악의 결과가 예상되는 일도 서슴지 않다가 결국 파국을 맞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위치나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되면 말하는 대로 조직이 움직이다 보니 듣는 것보다 지시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자기중심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상황에서 힘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를 약자, 여성에게 풀려다가 사고가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진단 2 | 더, 더, 더 새로운 것 없나?
▷자극 추구 성향으로 성공, 추락도 한순간
문제를 일으킨 중년 남성들을 자극 추구(novelty seeking) 성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자극 추구 성향이란 새롭거나 보상이 있는 일들에 흥미를 느끼는 성격 유형을 말한다.


“사회적 성공이든 경제적 성공이든 일단 그 정도 위치에 오른 중년 남성이라면 성취 욕구가 상당히 높을 수 있다.

그만큼 새로운 것, 자극적인 일에서 쾌감을 느낀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면 생활이 안정된다.

그럴 때 변화를 갈망하는 내적 욕구를 해소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다 응축된 욕구를 좀 더 일탈, 불법적인 쪽으로 풀게 되는데 도박이나 불륜, 성도착 등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잠시, 조금만 시도하다가 상대편이 용인한다고 착각하면 그때부터 더욱 대범해지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사례가 많다.


최원정 연세하나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의 진단이다.


경영학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를 소비자 심리로 해석하기도 한다.

중년 남성의 잘못된 선택을 헤도니스트 효과(hedonist effect)로 보는 시각이 그것이다.

헤도니스트 효과란 상품의 우수한 특징이나 기능보다 충동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감성적 요소에 의해 결정을 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일종의 충동구매 심리라 볼 수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정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은 판단이지만 쇼핑 환경에서 충동구매 욕구처럼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된 중년 남성이 가족이 아닌 외부 여성을 쾌락과 충동의 대상으로 보고 마치 쇼핑하듯이 쉽게 자기의 소유물로 만들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진단 3 | 모든 건 호르몬 변화 탓?
▷여성호르몬 비율 높아져 친밀감 욕구 작용
호르몬 영향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통상적으로 남성의 남성호르몬은 20대 초반에 최고점을 찍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1년에 1% 정도 떨어진다.

남성의 여성호르몬도 비슷한 속도로 떨어지는데 여기서 호르몬 불균형이 발생한다.

터프하던 남성이 중년이 되면 성격이 소심해지고 눈물이 많아지는 것도 이와 관련 깊다.

호르몬의 절대량을 놓고 보면 남성호르몬이 여성호르몬보다 더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성호르몬 비율이 높아진다.


이경민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리더십코칭전문가(정신과전문의)는 “20대 혹은 30대에 성취·야망 중심으로 움직이던 이들도 40대 중반 이후 생물학적으로 변화를 맞이한다.

이때의 중년 남성은 친밀감 욕구,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는데 그럴 때 아내 외의 이성이 정서적 욕구를 채워줄 것이라고 오판하는 사례가 꽤 생긴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여성에 유독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고 위안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다 선을 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전문의는 집안에서의 위상과 바깥에서의 위상이 달라졌을 때 일탈을 감행하려는 욕구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십 년 같이 산 아내는 오히려 남편의 사회적 위상이 올라간 것과 관계없이 막 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회사나 사회생활을 할 때의 중년 남성은 가정에서의 위신보다 높은 대우를 받는데 일단 안정감을 느끼고 친밀감 욕구가 올라간 상태에서 이성이 나타나면 한순간 무너지는 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4호 (2018.04.18~04.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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