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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탈원전에 빠져 탄소배출권 방치
기사입력 2017-11-1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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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원전에 발목잡힌 탄소배출권 ◆
정부가 기업들에 적용되는 탄소배출권 할당량을 제때 결정해주지 않아 기업들이 큰 혼선을 빚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는 내년부터 3년간 적용될 탄소배출권 할당량을 지난 6월까지는 기업별로 확정해줬어야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급기야 연말까지로 일정을 미루면서 기업에 공식 사과까지 했다.

특히 정부가 탄소배출권 할당량을 확정하지 못한 이유가 탈원전 추이를 지켜보느라 정책 결정을 미뤘기 때문으로 밝혀져 빈축을 사고 있다.


13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환경부는 지난 8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탄소배출권 2차 기본계획(2018~2020년)을 당초 예정보다 6개월 늦춰진 올해 말까지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당초 계획과는 달리 3년간 할당량이 아닌 내년도 1년간 할당치만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이 간담회에서 "배출권 할당량 결정이 지체돼 사과드린다"며 공식 사죄의 뜻을 밝혔다.


정부의 이런 대응에 대해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할당법)'에 따르면 정부는 기본계획이 시작되는 시기로부터 6개월 전에 구체적인 내용을 완성해 발표하도록 돼 있다.

정부가 법정 시한을 6개월이나 위반한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미 지난 6월 확정했어야 할 정부의 탄소배출권 2차 기본계획이 나오지 않아 관련된 산업계의 경영·투자 계획은 올스톱 상태"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정부가 법정시한을 넘겨서까지 탄소배출권 할당량을 정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보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등 성급한 에너지 정책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고 기존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정할 방침인데, 아직 큰 그림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하위 내용에 해당하는 배출권 할당문제를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재부는 올여름 나올 계획이었던 전력수급계획(2017~2031년)을 참고해서 탄소배출권 할당량을 조정할 계획이었으나 신 정부 출범으로 전력수급계획 발표가 연말로 미뤄지면서 덩달아 할당치 결정도 늦어진 것이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정부가 각 기업에 연간 할당치를 배정하고 기업들은 상황에 맞게 시장에서 배출권을 거래하는 제도를 말한다.

삼성전자 등 국내 500여 개 기업은 정부가 정해준 탄소배출권 할당량을 기준으로 부족하면 다음연도 할당량에서 미리 당겨 쓰거나 할당량이 남아도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구매해서 배출권 문제에 대응해왔다.


 우리나라 탄소배출권 시장 거래규모는 배출권제를 도입한 2015년 573억원, 2016년 1946억원, 2017년(1~10월) 4385억원으로 급성장 중이다.


 그러나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을 주도하는 유럽연합(EU)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EU는 지난해 총 거래 규모가 260억유로(약 34조원)에 이른다.

미국과 일본은 배출권 시장에 본격 참가하고 있지 않지만 곧 중국이 참가하면 국제 탄소배출권 시장은 12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탄소배출권 담당 부처가 올 해 말 기획재정부에서 다시 환경부로 넘어가는 것도 할당량 결정을 지체한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담당 부처가 바뀌는 과정에서 할당량 결정을 두고 기재부와 환경부 중 어느 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게 된 것이다.

사실 환경부로의 이전은 지난 7월 사실상 확정됐으나 이후 구체안을 두고 늦어지면서 할당량 결정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 탓이 크다.


 탄소배출권은 지난해 6월 소관 부처가 환경부에서 기재부로 이전된 바 있다.

당시 탄소배출권은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문제라는 인식하에 경제총괄부인 기재부가 맡게 됐다.


 탄소배출권의 할당량을 정하는 할당위원회의 위원장 역시 환경부 장관에서 기재부 장관으로 바뀌는 등 총괄·운영 체제가 바뀌었다.


 그러나 소관 부서가 이전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지난 5월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탄소배출권을 환경부로 복원시키겠다고 선언하고 1년 전 상태로 되돌려놓았다.

이를 두고 환경 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과 같이 국제적인 이슈에 대해 1년 사이에 담당 부가 두 번이나 바뀌게 되면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지켜지기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부개편안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총괄·운영은 환경부가 다시 맡지만 탄소배출권 할당을 결정하는 할당위원회는 기존대로 기재부 장관이 맡게 됐다.

환경부와 기재부 간 업무가 여전히 혼재돼 있어 향후 두 부(部)가 첨예하게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갈등 없이 협업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재부가 경제총괄 부서로서 탄소배출권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는 반면 환경부는 경제 논리보다는 환경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어 서로 접근방식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재부는 탄소배출권 업무가 환경부로 이전되면서 기존 이 업무를 담당하던 기후경제과를 폐지하고 않고 유지시키되 탄소배출권 대신 미세먼지 등 새로운 환경 관련 업무를 맡도록 할 계획이다.

또 환경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정부 부처 간 조정 역할도 할 방침이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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