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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계산서 없는 脫원전·文케어…미래세대 부담 커진다
기사입력 2017-08-1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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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부 100일 평가 / 원전·복지정책 ◆
문재인정부가 포괄적 복지, 탈(脫)원전을 비롯한 공약 정책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복지급여 확대 등은 현재 세대의 이해관계만 담겨 있을 뿐 정작 비용을 부담해야 할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우는 상당수 공약에 대한 청구서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5년 뒤에 돌아올 전망이다.


대선 공약 준수라는 명분과 지지율을 앞세워 경제·사회정책에서 '정부 만능주의'로 기울면서 정작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후대의 입장은 계산서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대로는 재정의 힘으로 성장과 분배를 함께 떠받치려는 무리수를 뒀던 그리스, 베네수엘라 등이 겪었던 국가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100대 국정 과제'를 발표하면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당시 기초연금 및 장애인 연금 10만원 인상에 23조1000억원, 0~5세 아동수당 지급에 10조3000억원, 누리과정 어린이집 전액 국고 지원에 5조5000억원, 생계·의료·주거 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및 주거급여 확대에 5조4000억원 등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항목에 5년간 77조4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재정소요는 최소한으로 추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9일 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갑자기 튀어나온 재정소요로 정부는 5년간 30조60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본인 부담 상한제, 비급여 축소 등은 공약집에도 포함됐던 내용이지만 기존에 추진하던 '비급여의 점진적 축소'가 아니라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를 건강보험의 테두리 안에 넣겠다는 이른바 '획기적인 전환'을 선언하면서 비용추계가 확 늘어났다.


지난 10일 발표된 기초생활보장급여의 급여 수준 현실화, 부양의무자 단계적 폐지도 공약집에 나온 내용이지만 재정소요는 훌쩍 뛰었다.

비수급 빈곤층을 줄이기 위해 급여 대상과 수준을 확대하면 2020년까지 4조3000억원, 2022년까진 9조5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것이다.

불과 한 달 전 국정기획위에서 추계한 5조4000억원에 비해 재정 소요가 수조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적립금에 쌓여 있는 20조원과 국고 지원 확대, 건강보험료 인상 등을 통해 재정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고, 향후 10년간 10조원의 적립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미래 세대에 건강보험료 인상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23년 건강보험 재정 고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결국 강화된 보장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보험료를 올려야 하는데, 현재 6%대인 소득 대비 건강보험료 부과율은 아무리 올려도 소득의 15% 수준까지 올릴 수 없고, 결국 미래 세대 부담만 키운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공공투자 확대와 같이 미래 세대 부담을 키울 정책들이 아직도 줄줄이 대기 상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 분야는 한번 주기 시작하면 다시 되돌리기가 어려운 분야여서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기초연금 인상 등 복지정책은 결국 미래 세대가 노인 생계비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신중한 검토와 분석이 필요한데 정책들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뜨거운 '탈원전' 논란도 마찬가지다.

국가 에너지 100년 대계를 결정할 탈원전을 임기 초반 높은 지지율에 기대 여론몰이식으로 공론화하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지적이 쏟아진다.


되돌릴 수 없는 전기요금 인상이 산업 인프라스트럭처를 비롯한 미래 세대 부담으로 전가되는 측면뿐 아니라 당장 단계적 원전 폐쇄를 위해 후대가 부담해야 할 비용에 대한 제대로 된 추계조차 없이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수출산업인 원전사업 포기로 인한 산업 철수, 관련 종사자들의 대량 실업 등도 후대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원전 전문가는 "탈원전 정책처럼 친정권 성향의 소수 비전문가가 '속도전'으로 진행할 게 아니라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장기적인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정부만능주의'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단순히 '시장 실패'로 보는 시각에 기댄다.

하지만 역으로 정부만능주의는 결국 민간의 경쟁력을 잠식해 국가 경제·사회 기반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유나 환율 효과로 인한 경제적 부에 취해 연금·의료 분야에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다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은 그리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의 국가 실패 경로를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주먹구구식 재원 추계를 근거로 정책을 추진하면 현재 젊은 세대가 활약할 2030~2040년 사이에 그리스 등 몰락한 국가들과 비슷한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가도록 합리적 계산을 전제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만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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