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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몰카와의 전쟁` 헛도는 이유는
기사입력 2017-08-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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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더뉴스 / 文대통령 "몰카와 전쟁" 몰카피해 어느정도기에 ◆
'몰래 찍힌 사생활 동영상이 유포돼 누나가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어요. 영상을 보신 적이 있거나, 갖고 계신 분은 고인에 대한 예의에서라도 제발 지워주시고 더 이상 유포되지 않도록 도와 주세요.'
지난달 차량 관련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한 남성이 절박한 심경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글쓴이 손 모씨는 해당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 얼굴과 본인 휴대폰 번호까지 공개하며 제보를 요청했다.


손씨는 "기혼자인 사촌누나가 술에 취해 얼떨결에 모 남성과 잠자리를 가졌는데, 이 남성이 몰래 촬영한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가족에게까지 알려지자 누나가 자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하루도 안 돼 조회 수가 18만건에 달했고, 다른 커뮤니티로 퍼간 글도 조회 수가 수만 건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글에 달린 600여 개의 댓글 작성자 중 다수가 '해당 영상을 본 적이 있다'는 글을 올렸다.


한 네티즌은 "외도는 분명한 잘못이지만 '몰카'를 빌미로 지속적인 관계를 갖자고 협박하고 유포까지 한 것은 악질 중의 악질"이라고 꼬집었다.


당사자조차 모르게 촬영된 속칭 '몰카'의 피해는 이처럼 일단 한번 퍼져 나가면 개인의 힘으로만 전파를 막기엔 역부족이고, 그 피해는 멀쩡한 개인의 목숨까지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이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배경이 바로 이런 유형의 애꿎은 피해자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설 디지털 기록 삭제 업체인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는 "몰카 피해자들에게 삭제 요청을 받아 조치한 뒤 결과를 알려주려 전화를 걸면 '이미 자살했다'며 다른 가족이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한 달에 120~140건 정도 몰카 삭제 의뢰를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5% 안팎은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몰카 촬영 행위 자체도 개인에게 치명적 상처를 주지만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삽시간에 전파되는 2차 피해가 훨씬 더 심각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사생활 몰카' 중 상당수는 연인에 의해 찍힌 경우가 많다.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다.

리벤지 포르노란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상대방의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를 말한다.

데이트 폭력처럼 직접적인 신체 가해 행위는 없지만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심하면 피해자를 자살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지난해 문을 닫은 국내 최대 음란 사이트 '소라넷'에 다수 올라온 음란물 중에는 속칭 '직찍 몰카'도 더러 있다.

'직접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일컫는 속어인데 길거리에서 일반 여성들의 미니스커트 등 노출 사진을 몰래 촬영한 장면들이 많다.


구글 등 검색 포털에서 '몰카' 등을 검색해 보면 수십 개의 영상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 중 한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국산' 카테고리에 올라와 있는 수백 개 영상과 사진 대부분이 몰래 촬영한 것으로 추정됐다.


검색 결과 음란물 유포 사이트 외에 '텀블러(Tumblr)' 등 블로그 서비스, SNS 등에 넘쳐나는 몰카 영상도 함께 떴다.

파일 공유 프로그램 '토렌트'로 몰카를 내려받을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하는 곳도 다수 표시됐다.

파일 공유 서비스인 P2P 사이트를 방문해 성인물을 검색했더니 이곳에서도 몰카로 보이는 파일이 많게는 수천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피해 발생 후 추가 전파를 차단하거나 한번 올라간 동영상을 삭제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사이트는 개별 요청 등을 통해 영상 삭제가 가능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는 사실상 완전 삭제할 방법이 없다.


해외 사이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차단·삭제를 요청해 특정 사이트에 대한 국내 사용자 접속을 막는 형태로 조치가 이뤄진다.

피해자가 방심위에 몰카 삭제 요청을 하면 접수된 민원에 대한 사실 확인 단계를 거친 뒤 매주 1회 열리는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삭제 여부를 결정한다.


방심위에 따르면 개인 성행위 영상물 삭제 처리 기간은 2016년 기준 14.8일, 2015년 기준 초상권·명예훼손 관련 영상물 삭제 처리 기간은 31.4일에 달했다.


문 대통령이 "몰카 신고가 들어오면 심의에만 한 달이 걸린다는데, 이래서는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 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방심위 관계자는 "유포 경로가 토렌트 등인 경우 다운로드가 원활하지 않아 영상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만 몇 주가 걸릴 때도 있다"며 "최근 몇 년 새 몰카 피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데 비해 담당 인력이 늘지 않고 있어 부족한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에 접수된 몰카 범죄 건수는 2012년 2400건에서 2015년 7623건까지 늘어났다.

2015년 '워터파크 몰카' 사건이 화제를 모으면서 경찰청이 단속 강화에 나선 결과 지난해 다소 줄어들었지만 사회적 불안은 여전히 커져가는 상황이다.


방심위에 따르면 인터넷에 유포된 개인 성관계 영상을 지워 달라는 요구는 2014년 1404건, 2015년 3636건, 2016년에는 7325건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느슨한 몰카범 처벌도 문제다.

현행법에 따르면 스스로 찍은 촬영물을 제3자의 동의 없이 유포해도 명예훼손죄로만 처벌이 가능하고, 성폭력 범죄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성폭력 범죄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지난해 9월 이른바 '리벤지포르노 처벌법'이라 불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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