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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승자독식사회
기사입력 2017-07-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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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쇼미 더 스포츠-46] 세계의 종말은 오래전부터 문학작품과 영화의 단골 소재다.

이들 작품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핵전쟁(매드맥스), 전염병(나는 전설이다), 로봇의 반란(터미네이터) 등을 인류의 미래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류가 정말 영화 같은 종말을 맞이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인류는 막연하게 두려워하고 있는 핵전쟁, 전염병, 로봇의 반란 같은 것들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위협을 맞이하고 있다.


다가올 미래에 인류 생존의 가장 큰 위협은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인간이 경쟁에서 도태하고 더 이상 존재할 이유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아직 시작도 안 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승자독식사회(The Winner-Take-All Society)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생산 패러다임 변화와 결합해 경쟁에서 승리한 극소수를 제외한 모든 인간을 불필요한 존재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인류에게 불평등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불평등이 지금에 와서 특히 심각한 이유는 부의 집중이 그 어느 때보다 양극화됐기 때문만이 아니다.

승자독식이 인류의 미래에 더욱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이유는 이제 소수의 승자들이 다수의 패자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왕들이 부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생산과 전쟁을 위한 다수의 노예와 평민이 필요했다.

근대사회도 사실 별반 다르지 않다.

근대가 신봉하는 인본주의(Humanism)도 결국 생산과 전쟁에 인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승자독식사회도 다양한 논리로 차별과 양극화를 정당화해 왔으나 승리하지 못한 다수의 존재 의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승리한 소수가 다수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과 전쟁에 인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고 더 작아질 미래에 미래의 생산수단, 즉 정보와 기술을 차지한 극소수의 승자들에게 대다수의 패자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와 같이 승자독식구조는 미래 생산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와 결합해 인류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사회악이다.

불행히도 스포츠는 이러한 승자독식구조를 반영, 확대, 재생산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였다.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스포츠의 특성이 이러한 부정적 효과를 생산하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가 본질적으로 승자독식사회를 합리화한다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다.

사실 스포츠는 승자독식사회 가치를 정당화할 수도, 부정할 수도 있다.

오히려 스포츠는 승자독식사회를 부정하는 가치를 전파하고 가르치는 데 적극 활용될 수 있다.

스포츠가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된다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승리의 의미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단체스포츠를 통해 함께 승리하고 성과를 나누는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스포츠를 관람하면서 나의 성취만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성취를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기쁨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스포츠를 통해 누리고 있는 혜택이며 스포츠가 승자독식의 화신으로 인식될 이유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동안 일부 사회에서 스포츠가 승자독식사회를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수단으로 존재 이유를 찾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승자독식구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회악으로 기능하는 지금, 스포츠가 이러한 해악을 강화하는 역할을 계속한다면 스포츠 또한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김유겸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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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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