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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덩케르크, 포탄 튀는 戰場인듯 사실적…감동은 글쎄
기사입력 2017-07-1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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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런의 신작 '덩케르크'(20일 개봉)를 얘기하기에 앞서 그의 필모그래피에 대해 복기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 이유는 그런 다음 얘기할 것이다.


놀런 영화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그가 현세대 가장 중요한 영화감독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는 내러티브 설계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인물이다.

서사의 라인을 복수화해 중첩된 내러티브의 미로 속으로 관객을 몰아넣는 건 일찍부터 그가 보여준 장기였다.

세기말에 내놓은 필름 누아르풍 데뷔작 '미행'(1998)에서부터 이미 플래시백과 플래시포워드를 절묘히 뒤섞는 비단선적 서사를 선보였으며, 영화 시간대를 아예 뒤집어버린 파격적인 차기작 '메멘토'(2000)로 단숨에 21세기 대표 감독이 됐다.


이후 내놓은 영화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일기와 메모를 매개화하며 시간 구조를 역행한 '프레스티지'(2006),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되 서사의 종결점은 어둠의 미궁 속에 갇혀 있는 듯한 '다크 나이트'(2008), 꿈속의 꿈속의 꿈이라는 이중 삼중의 시간대와 복수화된 내러티브의 정점이라 할 '인셉션'(2010), 이제는 아예 지구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을 교차시킨 '인터스텔라'(2014)에 이르기까지.
말하자면 놀런 영화의 서사 구조는 절대로 간단치가 않았다.

내러티브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되는 이 세밀한 이야기의 조탁자를 마주할 때에는 그러므로 반드시 온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뇌의 인지작용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그가 의도한 서사의 미로 속에 헤매다 결국 재관람의 길로 들어서야 하는 탓이다.


'덩케르크'는 놀런 필모그래피의 이러한 특성을 감안했을 때 조금 이상하게 여겨질 수 있는 영화다.

그가 처음 도전한 이 실화 영화는 복잡한 서사랄 게 전혀 없다.

시공간적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1940년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 연합군 34만여 명의 철수 과정을 다루는 게 이 영화 줄거리의 전부다.

놀런의 전작에서 기대했을 복잡한 시제 뒤섞기를 비롯한 중첩적 서사의 묘는 여기에서 관찰할 수 없다.

그렇다면 '덩케르크'는 놀런 영화의 그간 계보에서 떨어져 나온 별종인가. 그건 아닌 듯하다.

이 영화는 외양상 세 시공을 다루며 그것을 뒤섞는다.

연합군의 철수 과정을 그린 지상의 일주일, 이들을 돕기 위해 민간 선박이 덩케르크로 항해하는 바다에서의 하루, 얼마 남지 않은 연료로 적 전투기를 격추해야 하는 하늘에서의 한 시간. 실제로 중심을 잡는 시간대는 톰 하디가 연기한 파일럿이 공중에서 전투하는 한 시간이다.

이 영화 러닝타임(106분)과 거의 비슷하다.


정확하게는 시간의 중첩이라기보다는 시점(視點)의 중첩에 가까울 듯싶다.

세 가지 시간대는 개별적인 선처럼 보이나 결국엔 '철수 작전'이라는 하나의 점으로 수렴한다.

전체 서사는 단선적으로 흐른다는 소리다.

그리하여 내용이 이해가 안 간다거나, 시간대가 혼란스럽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

물론 이것은 최근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밝힌 놀런의 연출 의도다.


"관객의 주관적 몰입도를 극대화해 러닝타임 내내 캐릭터들과 함께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서스펜스와 강렬함, 역동적인 경험을 안기며, 이 세 시간을 교차시킴으로써 완벽한 당시 그림을 보여주려 했다.

"
실제로 '덩케르크'는 영화적 '체험'의 정점을 보여준다.

격추된 비행기가 해수면에 내리꽃히고, 어뢰 공격을 받은 함선 내부로 물이 차오르며, 공중에서 떨어진 포탄에 바닷물이 치솟고, 총알이 퍽퍽 굉음을 내며 선체를 뚫을 때를 묘사한 사운드와 이미지의 질감(반드시 이 영화를 아이맥스로 봐야 하는 이유다)은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다.

특히나 공중전에서의 일인칭 시점은 그간 영화에서 볼 수 없던 리얼리티와 체험의 묘를 선사한다.


하지만 문제는 정서적 감흥의 결여다.

'덩케르크'는 실제 전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은 탁월하지만, 그것이 전부라는 한계를 보인다.

최고의 전쟁영화로 꼽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2006년작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아버지의 깃발'이 던져주는 전쟁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성찰은 이 영화에서 잘 엿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이미지와 사운드, 시점의 리드미컬한 편집으로 인한 영화적 체험의 순간이 놀라울 뿐, 그걸 넘어서는 감동이 부족한 건 못내 아쉬운 점이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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