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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왕들이 아꼈던 술, 기대 못미친 한산 소곡주
기사입력 2017-07-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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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ml 짜리 병에 담긴 알코올 도수 18도 한산소곡주. 700ml짜리도 판매한다.

/사진=웹사이트 캡처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15] 나라가 망하는 줄도 모르고 백제 임금들이 마셨다는 술, 한산 소곡주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첫 잔에 무너졌다.

한산 소곡주는 그저 그 많은 발효주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마신 뒤에 입에 남는 맛이 좋지 않았다.


내가 시음한 것은 비교적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우희열 명인 한산 소곡주'다.

소곡주는 지역 특산물로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서만 제조한다.

우희열 명인 외에도 여러 술 도가에서 소곡주를 만들어 판매하며, 저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황금빛 소곡주에서는 쿰쿰한 누룩 냄새가 났다.

다른 술에서는 쉬 맡기 어려운 향이었다.

전통주가 처음이라면 당황할 수도 있다.

구수하고 달큰했다.

슬쩍 매콤한 맛도 났다.

알코올의 존재감은 도드라지지 않았다.

소곡주의 알코올 도수는 소주와 같은 18도였다.

18도면 낮은 도수가 아니다.

그런데도 술이 술술, 부드럽게 넘어갔다.

과연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뒷맛이 나빴다.

텁텁함이 입안에 남아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두어 잔 마시다보니 희석식 소주가 그리워졌다.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다.

조선시대에 과거 시험을 보려고 상경하던 선비가 한산에서 소곡주를 맛보고는 눌러앉아 술을 퍼마신다고 시험에 응시하지 못했다는 설, 소곡주를 빚던 며느리가 술이 잘 익었는지 확인하려고 조금씩 맛보다가 취해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는 설 등이다.


제조사 측에서는 한산 소곡주의 전통이 백제시대로까지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삼국사기에는 백제에 여러 왕들이 소곡주를 마셨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3000궁녀로 유명한 의자왕도 소곡주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의자왕 16년(656)에는 '임금이 궁녀들을 데리고 음란과 향락에 빠져 소곡주 마시기를 그치지 않았다'는 문구가 있다.


옛 왕들이 마셨다는 소곡주가 오늘날 유통되는 한산 소곡주와 같은 술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아마 아닐 것이다.

주조법이 문서로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1800년이라는 기나긴 역사 동안 그대로일 수 없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삼국사기의 소곡주와 같은 술이라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시간이 질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듯, 오랜 역사를 가진 술이 '좋은 술'은 아니다.

술의 본질은 마시고 즐기는 데 있다.

1000년이 아니라 1만년의 역사를 지녔대도 맛없는 술은 술로서 가치가 없다, 역사문화적인 가치야 있겠지만.

소곡주 술 도가 관계자가 술을 빚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한산소곡주 공식 홈페이지 캡처

소곡주에는 찹쌀과 백미, 누룩, 정제수, 야국, 메주콩, 생강, 홍고추가 들어간다.

이 재료를 100일간 저온에서 발표해 술을 만든다.

미나리부침과 잘 어울린다고 알려져 있다.

숙취는 심하지 않다.


우희열 명인의 한산 소곡주는 360㎖짜리 한 병에 약 6500원 선이다.

대형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다.

소곡주를 증류한 알코올 도수 43도짜리 '불소곡주'와 13도로 도수를 낮춘 '백제 소곡주'도 있다.


[취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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