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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기어 넣은 성과연봉제…석유公 등 48곳 대혼란
기사입력 2017-05-1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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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폐기 판결 후폭풍
노조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폐기 판결의 후폭풍이 거세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양대 노총의 성과연봉제 반대 집회 모습. [매경DB]

한동안 잠잠했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성과연봉제 '폐기'와 '원점 재검토'를 공언한 데 이어 주택도시보증공사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지난 18일 '노조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기업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성과연봉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예금보험공사 노조가 회사 측 강압에 의한 도입이라며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고, 최근 노사 합의 형태로 도입한 주택금융공사 등도 합의 이전으로 원상복구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처럼 지난해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서부발전 중부발전 인천국제공항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등 총 48개 기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재부가 지난해 120개 적용 대상 공공기관 전체로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 근로자 동의가 없더라도 계약 변경이 가능하다'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한 기업들이다.

공기업 성과연봉제는 간부뿐만 아니라 4급 이상 일반 직원도 성과평가에 따라 월급을 더 많이 받거나 적게 받도록 하는 것으로 박근혜정부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대한 판결은 첫 본안 판결이지만 확정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조치할 사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새 정부 기조가 다르기 때문에 노사 자율로 절차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노사가 성과연봉제에 이견이 없는 곳은 그대로 운영하고 노조 측에서 문제를 제기한다면 발전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미이행 불이익 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연공서열식 호봉제가 아닌 더 발전된 방향의 임금체계를 지향하는 점은 같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이처럼 혼란을 겪는 것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한 공약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3월 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 출범식에 참석해 "성과평가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하며 사회자가 '즉시 폐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하자 "분명히 약속드린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와 성과평가제를 즉각 폐지하겠다"고 재차 밝힌 바 있다.

앞서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1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대폭 확대 방침을 밝히고 기존 간부직 직원에게만 적용되던 성과급제를 최하위 직급을 제외한 비간부직(4급 이상) 일반 직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같은 시도는 금융회사를 비롯한 주요 공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재정 부담을 줄이고 성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민간 기업처럼 성과 연봉제를 전면 도입할 필요성이 크다는 주장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정부는 성과연봉제를 조기 도입하는 공공기관에 경영평가 때 혜택을 주는 등 당근을 제시했고, 특히 금융 공공기관에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늦게 할수록 인건비 예산 증액에 제한을 준다는 채찍도 동시에 가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에 투입된 비용에 대해서도 노사 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력 등 성과연봉제 도입 우수 공기업은 기본 월봉의 20%를 인센티브로 모두 지급받았다.

또 올해부터 경영평가에 성과연봉제 관련 항목을 마련해 가산점을 주는 등 성과연봉제 중심 제도를 모두 구축해 놓은 상태다.

내년부터는 성과연봉제 운영의 적정성을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특정 기관만 성과연봉제에서 빠진다면 공평한 평가 시스템 운영이 불가능해 평가 항목을 축소하거나 삭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노조와 협의를 거치되 정부가 이미 공공기관 평가 요소에 성과연봉제 도입과 운영을 모두 반영한 상황에서 전면 폐기보다는 직무급 등 대안적 방식으로 제도를 이끌고 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사 양측의 시각 차이가 워낙 뚜렷한 데다 사회적 파장이 크고 직전 정부의 방침을 원점으로 되돌리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절충안을 채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직무급이란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기초한 급여 체계로 직무 난이도에 따라 임금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단순 반복 업무를 하는 서무 등의 직무는 기본급이 적게 책정되는 반면 고위험군에 속하는 현장 업무는 높은 임금을 받는다.


다만 직무급이 성과연봉제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는 회의적이 시각도 적지 않다.

현행 호봉제에서 직무급으로 갈 경우 직무 난도가 높지 않은 일부 근로자는 임금이 도리어 깎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승윤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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