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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내려놓자" 민노총 변화의 바람
기사입력 2017-04-2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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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내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정규직 임금 인상 등 일부 귀족노동계층의 이해만을 대변한다고 비판받아왔던 민주노총 내부에서 "우리부터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민주노총이 그동안 정부 여당에 대한 강경투쟁 일변도에서 다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면서 "민주노총 내에서도 사회적 연대를 위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속속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인해 기존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지는 현실에서 노동계 내부에서도 투쟁 일변도였던 기존 운동 모델을 바꾸기 위한 시도가 '기득권 내려놓기'와 '사회적 연대'로 표출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변화의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한석호 사회연대위원장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갈수록 확대되는 사회적 격차는 노사정 모두에 책임이 있다"면서 "노조가 임금을 동결하고 임금인상분을 기금으로 만들어 비정규직, 중소·영세 하도급과 청년, 노인 등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대타협 기구를 통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기존 노조원의 임금을 동결하고 그 상승분을 비정규직 청년 등에게 나누자는 의견이다.

이어 그는 "사회 전체적으로 보유세와 재산세 등도 올려서 모두가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힘써야 한다"면서 "노사정뿐만 아니라 청년·노인·여성·상인·장애인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들어 양극화와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의 이 같은 의견은 아직까지 노동계 내에서 '소수'다.


다만 1998년 노사정위원회 출범 이후 무려 19년 동안 공식적인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있는 민주노총 내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점은 시선을 끈다.


조성재 노동연구원 노사관계 연구본부장은 "민주노총이 점점 자신들이 고립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서 "명분에 집착해 중앙단위에서 정치투쟁을 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광주광역시에 연소득 4000만원짜리 '적정임금' 일자리를 만들어 현대자동차의 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자는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를 기획한 사람도 민주노총 출신 박병규 광주사회통합추진단장이다.


민주노총의 변화 움직임이 차기 정부에서 노사정을 넘은 사회적 대타협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박근혜정부 당시에도 2015년 노사정대타협안을 만들었으나 파견법 기간제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합의가 어그러졌다.

하지만 사회적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노동 형태와 규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노사 모두에 형성돼 대화와 타협의 장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본부 관계자는 "만일 집권할 경우 노사정 합의체를 뛰어넘어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대타협 기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계 관계자는 "노총 내 주류가 '재벌 대기업의 피해자'라는 의식이 강해 실제로 대타협이 원만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내부적으로 사회적 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연대'에 나선 이유는 '투쟁일변도' 방식에 대한 일반 국민의 관심이 약해진 데다 4차 산업혁명기에 노조원들의 기득권만을 고집하면 자칫 시대 변화에 낙오할 수 있다는 내부적 불안이 섞였기 때문이다.

'자녀 세습고용' 등으로 자신의 이득만을 챙기는 '기득권 계층'이란 인식이 일반 국민 사이에 확산되면 노동운동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노동계 내에서도 더 이상 이대로 가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여름 있었던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동시 파업이다.

양대 거대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지만 결국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당시 강경 투쟁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시민사회 등으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같은 노동자여도 상위 10%와 하위 10% 간 격차가 5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누가 우리의 구호를 지지할까 의문이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시간당 임금 수준을 기준으로 대기업 정규직이 100을 벌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8,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각각 61과 48을 벌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거의 2배에 가까운 것이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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