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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엄마](28) 문 하나 사이에 두고 하염없이 울던 날
기사입력 2018-02-15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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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어린이집에 혼자 떡하니 두고 온 날, '울지 말아야지' 몇 번이고 다짐했건만 엄마도 어쩔수가 없더구나.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엉엉 너의 울음소리가 들리니 차마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웠단다.


나 뿐만이 아니었어. 그날 아이를 처음 맡기던 엄마들은 문 하나 사이에 두고 흘린 눈물을 닦느라 연신 손등을 볼에 갖다대었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괜찮겠죠?" 라며 서로를 위로했어. 부모된 마음은 다 똑같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
'너무 일찍 너와 떨어지는 걸까? 좋은 어린이집일까? 잘 돌봐줄까? 밥 먹는 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엄마는 너를 어린이집에 바래다주면 부리나케 지하철로 뛰어가야해.
아무 생각없이 널 어린이집에 보내게 된 것은 결코 아니야. 비록 이사를 가기 전 '덜컥' 입학을 하긴 했지만 이 어린이집은 엄마가 1년전부터 입소대기 신청을 해 놓은 곳이야. 그리고 생각날 때마다 전화를 했지. "빈 자리 생겼나요…?" 하늘의 별따기 만큼 들어가기 어려운 어린이집이었거든.
특히, 해당 아파트 단지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번번히 어렵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온거야. "언제부터 다닐 수 있겠어요?"라고. 앞뒤 가릴 것 없이 당장 내일부터 가겠노라고 했지.
지금의 아이돌봄 선생님과 이별할 때가 곧 다가오고 있고, 무엇보다 세 살 정도 되니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좋겠다 싶어 내린 결정이었어. 하지만 엄마 생각과 달리 어린이집에 다닌 지 한 달이 다 돼가는데도 헤어질 때마다 우는 널 보면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괴로울 때가 많구나.
엄마도 사실 익숙치 않아. 지난 2년간 널 친손자처럼 돌봐주신 선생님과 달리 어린이집은 다소 엄격했으니까. 입구에서부터 보호자와 헤어져 스스로 신발을 벗게 하고, 엄마 품에서 떨어지기조차 싫어하는 아이를 데려다 배꼽인사를 시키며 헤어지는 법부터 가르쳤으니까.
스케쥴에 따라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돌봄 선생님과 달리 어린이집 시간에, 그 일과에 내가 맞춰야하는 환경 변화는 엄마에게 '전쟁'이나 다름 없단다.

선생님이 다 해주시던 아침밥 먹이기부터, 옷입혀 너를 등원시키는 일 등 아침마다 치루는 전쟁 속에 출근 전부터 파김치가 되는 것은 다반사야. 최근 몇 주 사이 너가 배운 말이 있지? "엄마 바빠!". 내가 아침마다 "엄마 바빠! 협조 좀 해줘"라고 소리친 탓인가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는 엄마에게 어린이집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구나. 너의 마음을 이미 다 헤아려주는 종일제 선생님을 네 곁에 있게 하면 좋겠지만, 네가 초등학교 가기전 우리집 한 채를 마련하려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 상황이어서 어린이집을 일단 이용해보려고 해.. 어린이집 이용료는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거든.
물론 엄마의 근무시간을 어린이집이 다 커버해주지는 못해서 시간제 도우미 선생님을 따로 구하긴 해야 해. 또 다른 변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지.
그런 변화에 하루하루 버텨내기를 반복, 또 반복하고 있어.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란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엄마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일하는 엄마가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몇 년 뒤에는 너에게 더욱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엄마의 엄마가 그랬어. 워킹맘이었던 엄마(그러니까 너에겐 외할머니지)를 대신해 내 목에는 항상 열쇠 목걸이가 걸려 있었어. 초등학교를 마친 후 그 열쇠로 집문을 열고들어가 두살 아래인 동생과 함께 엄마의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고는 했었지.
그 시간들이 외롭다거나 불안했다거나 하는 기억으로 남아 있진 않아. 왜냐면 퇴근 후 엄마 품에 와락 안기는 게, 그렇게 안겨 노는 게,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게 너무너무 좋았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오셨음에도 두 남매와 신나게 놀아주시던 엄마가 얼마나 피곤하셨을지, 힘들었을지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됐지만….
엄마도 힘들 긴 해. 어린이집을 다니면서부터 집 안에서는 곧잘 떨어져 혼자 놀기도 하던 네가 엄마가 화장실만 가도 엉엉 울며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는 등 부쩍 떼가 늘어서야.그러면서도 어린이집에 다니면서부터 이것저것 말하는 단어들이 늘고, 휴지도 쓰레기통에 스스로 갖다 버리는 등 제법 의젓한 행동들을 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단다.


엄마도 엄마의 엄마처럼 해보려고. 퇴근 후 더 와락 널 끌어안고 더욱 정신없이 놀아보려고해.(그렇게 정신줄 풀린 것처럼 너와 놀다보면, 사실 힐링 받는 것은 엄마일지 몰라.)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쓰는 널 위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고 또 찾아볼게. 육아에 정답은 없으니까.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제일 걱정된 것은 너가 행여나 아플까봐 하는 거였는데, 다행히 아프지 않고 지금까지 잘 버텨줘서 너무 고마워. 내일도 우리 바삐바삐 움직여보자구나.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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