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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용 구속이 초래할 후유증 주목한다
기사입력 2017-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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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17일 구속됐다.

삼성그룹이 1938년 창립한 이래 숱한 고비를 넘어왔지만 총수가 구속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19일 기각된 구속영장을 거의 한 달 만에 다시 청구해 기어코 이 부회장을 구속시켰는데 그의 구속이 불러올 후유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 걱정이다.


기업 이미지 추락과 사기저하 걱정이다
우선 이 부회장 구속이 가져올 경제적 손실과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사법당국에 구속돼 수의를 입은 채 불려다닌다고 상상해 보라.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삼성 후계자가 구속됐다'며 앞다퉈 전하고 있다.

삼성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나 신뢰 추락은 계산하기 힘들 정도다.

사법정의 실현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니 법원이 수사내용과 변호인 해명을 모두 검토한 뒤 발부한 구속영장을 놓고 왈가왈부하기 힘들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듯한 잘못으로 보이니 참으로 우려된다.


삼성은 100여 개국에서 임직원 50만명을 고용해 연간 300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체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제조업 매출액의 11.7%,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그야말로 대표기업이다.

가뜩이나 우리 경제는 수출·내수 부진 속에서 보호무역주의라는 도전에 직면해 성장률 하락과 일자리 부족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이 부회장 구속은 기업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반기업정서를 확산시키면서 결국에는 기업하려는 의욕을 떨어뜨릴 것이다.


총수 한 명이 빠진다고 글로벌 기업의 경영이 위태로워진다면 그런 지배구조가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기업의 생리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겠다는 등의 결정은 오너가 아니면 하기 힘들다.

더욱이 삼성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등도 줄줄이 수사와 재판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보니 인사, 조직개편, 인수·합병(M&A)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돈을 내놓은 삼성 외의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 심정으로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돈을 줘도 패고 안 줘도 패는데 기업이 되나
세계 경제 전쟁에서 최전방에 서 있는 장수나 다름없는 이 부회장을 구속하는 데 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 횡령·재산 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국회 청문회 위증 등이다.

여러 가지 혐의를 나열했지만 결국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얻기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하고 최순실에게 각종 지원을 했기 때문에 뇌물죄에 해당한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부정청탁이나 밀실거래를 막아야 한다는 특별검사팀의 생각은 백번 옳다.

기업들도 반기업정서가 지금처럼 커지게 된 원인을 되돌아보고 정부 관련 업무나 지배구조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대목은 하루빨리 고쳐야 할 일이다.

그러나 "뭘 안 주면 안 줬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팬다"는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의 말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삼성도 '청와대 요청을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느냐'며 대가가 없는 준조세 성격의 돈이었다고 해명하는데도 법의 심판대에 섰다.

국가 최고통치자인 대통령이 기업 현안을 얘기하면 청탁이라고 심판하고 정부 일에 협조하는 기업은 뇌물죄로 심판한다면 앞으로 기업인들은 아예 정치·정부 지도자를 만나지 말고 정부 일에 협조하지 말라는 뜻인가. 이런 여건이라면 어느 기업이 앞으로 정부 정책에 협조하며 또 한국에서 도대체 어떻게 기업경영을 하란 말인가.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는 무슨 낯으로 기업가정신을 말하고 창업을 권유한단 말인가.
다시 고개드는 '변양호 신드롬'을 걱정한다
삼성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앞으로 법정에서 가려질 일이지만 이 부회장 구속으로 당장 '변양호 신드롬'은 다시 고개를 들게 됐다.

특별검사팀은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것이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삼성 순환출자 관련 유권해석도 '대가'로 해석했다.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린 용기 있는 공무원들을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 등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하는 결기를 보였다.


덩달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돕기 위해 금융위가 상장규정을 개정한 것을 두고 '삼성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질의가 쏟아졌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국내시장으로 끌어오려고 규정을 개정한 것은 그야말로 칭찬해도 모자랄 일이다.

우량 기업을 국내시장에 상장하면 국민도 더 좋은 투자기회를 갖게 되는데 그것을 두고 특혜 운운하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이 세금 인하·규제 철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누군가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결정하지 못하고, 또 뇌물죄가 두려워 기업도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못한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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