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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구속…삼성에 몰려오는 4대 먹구름
기사입력 2017-02-1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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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리더십 공백 ① ◆
전 세계 임직원이 50만명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이 최대 위기에 처했다.

선장을 잃은 삼성 앞에 놓인 숙제가 만만치 않다.

당장 3~5년 뒤 생존 여부를 가늠할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사업구조 개편 및 투자, 경영혁신 작업 같은 굵직한 경영 현안들을 놓고 특유의 스피드 경영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자칫 낙오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이며 전 세계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지위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인 초일류 기업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① 인사·투자·채용 '올스톱'…연쇄충격 불가피
내달 신입사원 공채 무기한 연기될듯

사장단·임원 인사는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삼성은 매년 12월 사장단 인사를 낸 뒤 이에 기반해 임원 및 직원 인사를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검찰 및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서 아직까지 사장단 인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계열사별로 필요에 따라 소폭의 조직 정비는 이뤄졌지만 조직 내 혼란이 불가피하다.

언제 사장직에서 내려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려는 사장은 없기 때문이다.


매년 3월 시작하는 상반기 그룹 공채도 한 달 이상 늦춰진다.

삼성전자는 연간 채용 규모가 1만명을 넘는다.

여기에 삼성 주요 계열사 협력업체 4300여 곳에 고용된 근로자가 6만3000여 명임을 감안하면 삼성이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척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 인재 확보 필요성을 고려할 때 상반기 채용을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일정이 한 달 이상 지연될 것이며 계열사별 채용이나 적극적인 경력직 채용 등의 대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2017년 투자 계획도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시설투자에 집행한 비용은 사상 최대인 27조원이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전자는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를 통한 현상 유지에 주력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투자를 머뭇거리는 사이에 중국과 일본 업체들은 대규모 설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가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일본·중국 업체의 새 공장들이 본격 가동되면 현재 삼성전자가 누리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경쟁력은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의 '선택과 집중' 전략도 중단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비주력 사업이었던 방위산업·석유화학 부문을 한화와 롯데에 매각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했고, 바이오와 자동차 전장사업 등 새로운 영역에 집중했다.

그러나 삼성물산 합병 자체가 이 부회장의 구속 사유가 된 상황에서 이 같은 개편 작업은 힘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② 글로벌 경영전략 차질
AI·IoT 투자 '삐걱'… 4차 산업혁명서 낙오 우려

이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그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M&A 검토 작업은 모두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이로 인해 적절한 신사업 진출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2014년 이후 약 3년 동안 15개의 해외 기업을 사들였다.

사물인터넷(IoT) 개방형 플랫폼 기업인 스마트싱스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클라우드 관련 업체 조이언트,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 기업 비브랩스 등을 사들였다.

이 가운데 2015년 인수한 루프페이는 점차 세를 확산하고 있는 결제시스템 삼성페이가 안착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지난해 8월 인수한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업체 데이코는 북미 프리미엄 가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놓았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한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사상 최고액인 80억달러(약 9조6000억원)를 들여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하기로 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삼성그룹은 하만 M&A로 자동차 전장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순식간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삼성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검토 중이던 M&A 작업은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 이후 모두 멈췄다"며 "이 부회장이 구속돼 있는 동안 이 같은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사업 진출도 뒤처질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 사업 로드맵에 기반해 추진되는 신사업 진출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결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 관계자는 "구치소에 수감돼 재판을 받으면서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큰 투자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 지배구조 개편 무기 연기
첫발도 못뗀 책임경영체제…지주사 전환계획도 빨간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사업 개편 작업도 중단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이르면 2017년 상반기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답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룹의 중심인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해 복잡하게 얽힌 지분 구조를 해소한다는 계획이었다.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은 이 부회장으로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2014년부터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해왔다.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은 그 최종 단계로 거론된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두지휘할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이 같은 논의는 의미가 없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말 이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권한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잠재우고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 같은 결단은 이 부회장 구속으로 시작을 해보지도 못하고 좌초했다.


삼성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과 책임경영을 통해 삼성그룹의 글로벌 위상에 맞는 투명하고 선진적인 경영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모두 틀어졌다"고 말했다.


미래전략실 폐지 작업 역시 중단된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미래전략실 폐지를 약속한 뒤 작업이 진행 중이었지만 이 부회장 구속으로 리더십 공백 상태에 놓인 삼성그룹으로서는 당장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④ 국내외 이미지 추락
북미·유럽 경쟁 치열한데…공들여온 브랜드파워 '흔들'

삼성이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FCPA는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는 기업 또는 기업의 자회사가 적용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상장 기업은 아니지만 2008년 해외부패방지법 개정으로 법 적용 범위가 확대돼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독일 전자기업 지멘스가 2008년 중국 러시아 베네수엘라 멕시코 이스라엘 등에서 공무원들에게 총 14억달러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벌금 8억달러를 부과받은 바 있다.

게다가 벌금을 부과받은 기업은 미국 연방정부와 사업이 금지되고 기업 M&A도 거부되기 때문에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투기자본의 소송 제기 가능성도 문제다.

이 부회장의 뇌물죄가 법원에서 확정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해외 시장에서 어렵게 쌓은 브랜드 이미지 실추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삼성 관계자는 "북미나 유럽 소비자들은 자기가 구매하는 제품을 만든 회사의 평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총수가 뇌물죄로 처벌받을 경우 많은 해외 소비자들이 삼성 브랜드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국내 투자자에 비해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게 입증되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송성훈 기자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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