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여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과 관련해 10일(현지시간) 극적 합의에 성공하면서 양 사의 분쟁이 2년 만에 끝났습니다.

LG와 SK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양측 합의금에 대한 승인을 받을 예정입니다.

양 사는 아직 합의금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마지막 협상에서 LG가 3조 원, SK가 1조 원을 주장해온 만큼 중간선이 2조 원 정도에서 합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이 미국에 체류 중이어서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과 김준 사장은 주말 '화상회의'를 통해 이날 전격 배상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원해 보였던 양측의 합의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11일)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배경에는 미국과 우리 정부의 중재가 크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공급망 구축 등 자국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물밑에서 양사에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내 반도체와 배터리 등 공급망 체계 강화에 나선 가운데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에 대한 ITC의 미국내 수입금지 조치는 미국에도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 공장을 철수하면 미국내 안정적 배터리 공급에 위협이 되고, 조지아 주민들의 일자리도 타격을 받습니다.

반대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평소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상충하는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양측에 거부권 시한 전에 합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총리실 등 우리 정부도 비공식 채널 등을 통해 중재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국익을 위해 양 사에 빠른 합의를 이끌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실장회의에서도 양측 배터리 분쟁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계없이 양사 모두 분쟁 장기화함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전격 합의를 결정한 배경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날 합의로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사업을 계속 영위하면서 조지아주 공장에서 폭스바겐과 포드용 배터리 생산과 납품도 차질없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SK는 지난해 완공된 조지아주 배터리 1공장과 현재 공사 중인 2공장에 지금까지 1조5천억 원을 투자했으며 2023년까지 총 3조 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양사 합의로 ITC 제재가 무효화되면서 델라웨어 재판부에 계류 중인 영업비밀 침해 관련 배상금 소송도 취하될 것으로 보입니다.

ITC에 걸려 있는 2건의 특허 분쟁 소송도 취하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양사가 쏟아부은 거액의 소송 비용과 로비 비용은 부담으로 남게 됐습니다.

중립적인 비영리 연구기관인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까지 로비에 65만 달러를, LG측은 53만여 달러를 투입했으며 올해 들어도 많은 로비 비용을 쓴 것으로 전해집니다.

양측의 로펌 고용 등 소송 비용까지 포함하면 최소 수천억 원에서 최고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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